가족앨범 대신 블로그 운영

서울 성동구에 사는 김윤팔(50·헤드헌터)씨는 블로그가 가족 앨범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부모님과 아이들 데리고 오일장에 다녀오면 블로그에 올려요. 요즘은 가족 앨범을 잘 보지 않는 대신 블로그에 올린 가족 여행 사진을 보며 대화를 나눠요. 동영상을 찍어 유튜브에도 올리고, 유튜브에 올린 걸 퍼와서 블로그에 다운받아 올리면 기록물이 두 군데에 남으니 좋더군요.”

김씨는 초등 6학년 딸 나영양, 초등 3학년 아들 영진군에게 개인 블로그를 만들어 줬다. 김씨는 “트위터는 아이들에게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페북과 달리 비실명으로 신분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거친 글이나 자기편향적인 주장이 정제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다.

인천시 계양구에 사는 임성빈(50·SNS 교육강사)씨는 슬하에 민혁(15·임학중 3년), 준혁(13·임학중 1년)군을 뒀다. 맞벌이를 하는 임씨 부부는 카톡 그룹 채팅이나 카카오스토리를 가족 소통에 적극 활용한다. 임씨는 “아이들이 하교할 때쯤 ‘아빠, 밥 사주세요’ ‘배고파요’라고 카톡 문자가 온다. 맞벌이 부부라 집에서 얼굴 볼 시간이 많지 않은데 SNS를 통해 소통하니까 좋다”고 말했다. 임씨는 “곧 가족 블로그도 만들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재용 한국소셜미디어진흥원장도 카톡 채팅방에서 좋은 글이나 영상을 가족과 공유한다. 최 원장은 “가족끼리 ‘이번 휴가 어디로 갈까’에 대한 의견도 공유하고 ‘영화 뭐 볼까’ 의견도 물으며 공동 주제를 갖고 소통하므로 자주 마주할 시간이 없어도 대화가 잘 된다. 가족이 여행을 다녀온 영상은 편집해서 유튜브에도 올린다”고 말했다.

SNS를 타국에 멀리 떨어져 사는 친척과의 유대를 위한 메신저로 활용하는 가족도 많다. 조기성 서울 계성초교 교사는 두바이에 사는 친척과 SNS를 활용해 대화를 나눈다. 국제전화를 하려면 시간 한 번 맞추기 힘든데 페이스북에서 댓글을 주고받고, 카톡으로 채팅하며 물리적 거리를 좁힌다는 것이다. 조 교사는 “아침에 어머니께 ‘오늘 하루 즐겁게 보내세요’라고 안부인사를 드린다. 짧은 문자지만 서로를 챙겨주니까 가족관계가 돈독해진다”며 “카톡 대화가 가족의 정을 깊게 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딸, 고3 아들을 키우는 김우찬(한국소셜미디어진흥원 강사)씨는 “딸이 페이스북에 올린 포스팅이 가벼운 내용이면 가볍게 대처하되 외로워 보이는 눈치여도 모른척한다”고 했다. 김씨는 “블로그는 자녀의 성장을 엿볼 수 있는 좋은 툴이다. 가족신문을 만들듯 가족이 함께 블로그를 운영하면 좋다”고 권했다.

김씨는 아버지와 아들이 싸이월드와 블로그를 각각 운영하며 SNS를 통한 소통을 보여주는 모범 사례를 들려줬다. 아버지 현기욱씨는 싸이월드에 ‘사랑하는 아들, 딸에게’ 코너를 두고 두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쓴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아들 한솔군은 고교 때부터 험한 산을 홀로 종주하고 사진과 글을 올리고,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있는 아빠 글을 블로그에 올려둔다. 김씨는 “자녀와 대면해서 이야기하면 말이 길어지는 데 반해 글을 통해 소통하면 잔소리를 절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