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계와 종교계 대립...19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처음
일부 천주교계 정의구현사제단 고발 방안 검토
시국미사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두둔하는 듯한 취지의 발언을 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 전주교구 원로신부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착수했다.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보수‧반북단체 활빈단이 박 신부를 내란 선동 혐의와 국가보안법 등을 위반했다는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에 들어갔다고 26일 밝혔다. 박 신부를 고발한 단체는 활빈단을 비롯해 보수단체 자유청년연합과 자유민주국민운동, 대한민국재향군인회‧호국보훈안보단체연합회 등도 서울중앙지검과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신부는 지난 22일 군산시 수송동 성당에서 열린 ‘불법 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에서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사건 등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그는 “NLL에서 한‧미 군사운동을 계속하면 북한이 어떻게 해야겠어요? 북한은 쏴야죠. 그것이 연평도 포격”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해 일부 천주교계에서는 사제단을 교황청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을 이끌고 있는 김계춘 신부는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사제단을 교황청에 고발하는 방안이 준비돼있다”며 “교회를 해체‧분리시키고 사람들에게 오해받게 하고 나라를 혼란시키는데 일조했다. 신부가 할 일 말고 정치를 한 건 철퇴를 맞게 돼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1100여 명의 평신도가 소속된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에서는 이번 박 신부의 시국미사 발언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정치계에서도 사제단의 시국미사와 관련해 여야가 정면으로 충돌하며 연말 정국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 “국민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분열을 야기하는 행동은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제단을 겨냥하며 경고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사제복 뒤에 숨어 대한민국 정부를 끌어내리려는 반국가적 행위를 벌이는 것은 비겁한 짓”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사제단의 입장은 박근혜 정권의 국민불통과 엄중한 정국에 대한 무책임함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사제단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신부들의 충정은 이해가지만 연평도 포격과 NLL에 대한 인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처럼 정권 문제로 정치계와 종교계가 대립하는 양상은 19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처음이다.
한편, 지난달 시국미사를 열었던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 사건에 여전히 책임이 있다”면서 내년 1월 시국미사를 재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