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예상 후보들 잇따라 얼굴 알리기
출정식·세 과시·선거자금 마련… ‘1석 3조’
오는 6월 4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 예상 후보들의 출판기념회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출마를 앞둔 후보자들에게는 사실상의 출정식이자 세를 과시하고 정치철학을 알리는 데 효과적인 선거운동이기 때문이다. 특히 합법적으로 선거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공식 통로라는 점에서 출판기념회는 후보자들에게 ‘1석3조’의 기회다.
서울에서는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힌 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이 2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우리가 왜 정치를 하는데요’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최경환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서청원·정몽준·이인제·김무성 의원 등 중진 의원이 총출동했다. 이밖에도 연예인과 정치권 인사 5000여 명이 운집해 ‘서울시장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21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기도에 대한 비전과 정책구상을 담은 책 ‘정병국의 첫 번째 경기행복 프로젝트-한 시간 더 행복할 수 있습니다’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도 당 지도부와 국회의원 등 1200여 명이 참석했다. 최근 경기도지사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원혜영 의원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은 한 발 먼저 움직이고 있다. 같은 날 경기도지사 출마 선언을 한 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이미 지난해 12월 중순께 ‘정치를 왜 합니까?’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민주당 추미애 의원도 지난해 12월 말 지난 20년의 정치인생을 돌아본 책 ‘물러서지 않는 진심’ 출판기념회를 겸한 북 콘서트를 열었다. 부산시장에 도전하는 김영춘 민주당 부산진갑지역위원회 위원장은 14일 ‘김영춘의 희망찾기’ 출판기념회를 열고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이날 손학규·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유인태·박영선·김현미·배재정·한정애·이인영·김재윤 등 현역 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세를 과시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진보진영 교육감 후보로 거론되는 최홍이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이 ‘희망교육 희망서울’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충북에서는 무려 10명이나 되는 교육감 예비 후보들의 출판기념회가 줄을 잇고 있다. 광진구청장 출마 의사를 밝힌 신향숙 한국여성벤처협회 이사 등 시·군·구 예비 후보들의 출판기념회가 이미 열렸거나 열릴 예정이다.
공직선거법상 출판기념회는 선거 90일 전까지만 가능하다. 출판기념회 책을 무료로 나눠주거나 정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면 선거법에 위반된다. 그러나 출판기념회를 통해 모금한 책값은 정치 후원금과 달리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정치권 내부에서조차 출판기념회가 정치자금을 위해 악용된다고 비판한다. 출판기념회 참석자들은 책값으로 대부분 10만원가량을 내는데 1000명이 참석한다고 가정하면 책값으로 1억원 이상 벌어들이는 셈이다.
엄태석 서원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정치자금을 모으기 위한 수단으로 출판기념회를 하는 식의 폐해도 분명히 있지만, 출판기념회가 유권자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일일이 직접 만나 대화하는 긴 시간을 활용하지 않고도 책을 통해 자신의 정치철학을 알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며 “복잡한 선거법 규정을 현실화하는 등 출판기념회를 개혁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