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목숨 걸고 싸울 겁니다”

“전국에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이들 찾아옵니다. 정말 고맙죠. 그래도 우리 국민 수에 비하면 극소수잖아요. 이번에 상 받는 것으로 우리 이야기가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제26회 ‘올해의 여성상’을 수상한 밀양 ‘할매들’ 중 한 사람인 정인출(73) 할머니는 수상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도 송전탑 건설 반대에 더 많은 지지를 호소했다.

‘올해의 여성상’을 선정한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성연합)은 밀양 ‘할매들’을 ‘대안적 운동의 주체로 우뚝 선 여성 노인’이라고 평가했다. 여성연합은 “‘할매들’의 운동 방식이 기존의 정책과 협상 중심에서 자신의 삶과 터전을 지키며 일상에서 공감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연대의 방식으로 변화시켰다”며 “현 세대와 다음 세대의 공존을 위해 활동하는 이 시대의 여성 운동가”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경남 밀양시 부복면 127번 송전탑 건설 예정지에서 500m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정 할머니는 5일 저녁 본지와 전화 인터뷰를 할 때도 집이 아닌 농성 움막 안이라고 했다. 두세 명의 노인들이 24시간 먹고 자면서 움막을 지키고 있어 3월 8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한국여성대회에 상을 수상하러 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밀양 ‘할매들’은 2007년부터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한국전력에 가서 항의도 하고, 송전탑이 들어와 있는 곳에 견학 가서 전자파 검사도 했다. 2011년부터는 70~80대 노인들이 몸으로 맞서 싸웠다. 그렇게 싸운 지 올해로 4년 차가 됐다.

지난해 5월 송전탑 건설 공사가 재개될 당시 시위하던 노인들이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자 공사는 잠시 중단됐고, 다시 9월부터 공사가 시작되자 그때부터는 아예 움막을 짓고 농성을 시작했다. 마을에서 전기를 끌어와 전기장판과 난로를 켜고 겨울을 났다. 정 할머니는 함께 농성하던 남편이 얼마 전 위암 수술을 하고 회복 중인데도 제대로 간호도 못 하고 사람이 너무 없어 움막을 지키고 있다며 한탄했다.

“우리는 보상이나 돈을 바라고 이러는 게 아니에요. 철탑과 원전이 들어오면 후손이 살 수 없고, 후손이 살 수 없으면 나라가 망하는 겁니다. 우리 노인들이 살아봐야 얼마나 살겠어요. 우리 때는 괜찮아요. 하지만 후손과 이 나라를 위해서 절대 송전탑 건설을 허용하지 못하는 거예요. 끝까지 목숨 내놓고 싸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