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입양인 돕기 위해 2006년 둥지 창립
친부모 찾기, 홈스테이 연결, 통역 봉사도
“1989년부터 6년간 프랑스 앙굴렘 교회에 파견나갔는데 큰 도시도 아닌 그곳에서 한국인 입양인들을 여럿 만났어요. 그들을 만날 때마다 미안하고 가슴 아프고 부끄러웠습니다. 이들을 위해 제가 뭔가 할 일이 있을 것 같았어요.”
천주교 서울대교구 쑥고개성당 김홍진(58) 주임신부는 프랑스에서 만났던 입양인들에 대한 가슴 아픈 기억으로 한국에 돌아와 2006년 해외 입양인들을 돕는 사단법인 ‘둥지’를 만들었다. 둥지는 해외 입양인들의 친부모 찾기와 이들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필요한 통·번역, 홈스테이, 문화 체험, 한국어 교육 등 다양한 지원을 해주는 기관이다.
프랑스에서 돌아온 후 김 신부는 한국인을 입양한 프랑스 여성이 아들을 찾아 한국에 온 것을 보고 해외 입양인들의 현실을 자세히 알게 됐다. 그 프랑스 여성의 아들은 알코올중독과 마약중독에 시달리면서도 한국에서 프랑스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다. 이 일로 김 신부는 해외로 입양됐던 사람들이 한국을 찾아오고, 장기로 체류하는 경우 거처와 직업을 못 구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면서 이들을 돕는 활동을 시작했다.
“우리가 언론에서 만나는 성공한 해외 입양인은 1%나 될까요? 대다수는 그렇지 못해요. 어릴 때부터 상처를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데다 아무리 뛰어나도 그 사회의 주류에 진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1958년 이후 해외로 입양된 이들은 16만~23만 명으로 추산되지만 김 신부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보건복지부 ‘국외 입양인 실태조사’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국외 입양인 중 38.6%가 신체적 학대를 경험한 적이 있으며, 성적 학대를 경험한 비율도 7.4%에 이르고, 정신·정서 문제로 상담이나 치료를 받은 이들은 60.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도 매일 두세 명의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고 있어요. 해외 입양인들은 성장하면서 부모와 나라가 자신을 버렸다는 상처를 갖게 되고 그 치유가 쉽지 않습니다. 부모가 자신을 입양 보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인터넷으로 접하거나 직접 와서 본 한국의 발전된 모습이 상처와 분노로 남게 되지요. 나름대로 훌륭하게 자란 친구들도 마음속에 그런 응어리가 있어요.”
입양인들의 상처에 주목하는 김 신부는 둥지를 통해 올해부터 입양인들을 대상으로 치유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친가족을 찾지 못해도 그들을 돕는 둥지 사람들을 통해 가족의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소규모로 한국을 처음 방문한 해외 입양인들과 열흘간 전국을 돌며 한국의 삶과 문화를 배우고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이 프로그램을 거쳐 간 입양인들은 돌아가서도 한국이 그리워 ‘한국앓이’를 한다고 연락이 올 정도다.
“국내 입양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아직도 핏줄에 집착하는 문화 때문에 국내 입양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어요. 미혼모에 대한 시선도 달라져야죠. 미혼모가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는 환경이잖아요. 미혼모들에게 따뜻한 시선과 용기를 주면서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만들어줘야 해요. 책임 있는 성문화도 정착돼야 하고요. 많은 사람들이 이런데 관심을 갖는 것이 생명운동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