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출산’, 저출산의 해법인가
‘혼외출산’, 저출산의 해법인가
  • 손숙미 /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
  • 승인 2014.07.22 09:41
  • 수정 2018-01-11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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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저하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무상보육을 실시한 첫해인 2013년의 합계출산율이 1.19명으로 오히려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그동안 보육에 집중돼 왔던 출산장려정책의 전면 재검토 작업이 불가피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핵심 이슈로 등장하는 것이 젊은 세대들의 결혼 기피와 이로 인해 급속하게 상승하고 있는 미혼율이다. 우리나라 30대 미혼율이 29.2%(남자 37.9%, 여자 20.4%)로 그 증가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여성의 고학력화와 경제활동 참여로 인한 미혼율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삼포세대’ ‘오포세대’ 등으로 자신을 정체화하면서 결혼·출산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무거운 현실에 울분을 토로하고 있다. 어마어마한 결혼 비용, 출산 이후의 양육비와 사교육비 등으로 전해오는 무게는 이들로 하여금 결혼 선택을 연기하거나 기피하도록 한다.

이렇게 결혼제도가 ‘흔들리고 있는’ 것과는 달리 우리 사회에서 결혼이 차지하는 위상은 가족을 구성하고 자녀 출산을 합법화하는 근거로서 매우 견고하다. 혼전에 임신을 하게 되면 서둘러 결혼을 해버리는 것도 우리 사회의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혼전 임신이 혼수’라는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 이렇게 출산은 결혼을 전제로 해야만 정당화되며, 그렇지 못한 경우는 ‘미혼모’ ‘사생아’ ‘불장난’ ‘불륜’ 등의 따가운 사회적 시선을 감당해야 한다.

이런 탓인지 우리 사회에서 혼외 출산율은 2.1%로 평균 혼외 출산율이 35%를 넘어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낮다. 이런 결과는 동거 출산이 보편화돼 있는 스웨덴, 프랑스 등 서구 국가들과는 달리 우리 사회에서의 출산이 혼인관계로 제한돼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일까? 혼외 출산 비율이 높은 서구 국가들의 경우 산업화에 따른 심각한 출산율 저하를 겪지 않았으며 혼외출산에도 결혼 후 출산과 똑같은 법적 지위와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합계출산율이 많이 향상됐다.

 

파리시청에서 결혼식을 올린 커플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프랑스의 커플 가운데 70% 이상은 동거 후 결혼을 선택한다. ⓒ변화순 팸라이프가족연구소 소장
파리시청에서 결혼식을 올린 커플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프랑스의 커플 가운데 70% 이상은 동거 후 결혼을 선택한다. ⓒ변화순 팸라이프가족연구소 소장

우리나라에서 법적으로 혼인관계가 아닌 남녀 사이에서 태어난 혼외 출생아 수는 1144명(2012)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체 입양 아동의 87.4%가 미혼모의 자녀라는 사실과 연간 20만 건에 달하는 낙태시술 건수를 포함한다면 이들의 규모는 훨씬 더 커진다. 최근 정책홍보와 법적 규제 강화로 낙태와 입양 건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전통적인 결혼 규범과 현실적 결혼 장벽으로 인해 ‘혼외 출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젊은 세대의 삶에 대한 가치 변화로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또 결혼이 아닌 동거 관계에 대한 선호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의 출산 양태가 지금과는 매우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 생각된다. 청소년의 40%가 결혼을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인식한다는 것에서, 그리고 20~30대 60% 이상의 동거에 대한 수용적 태도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이렇듯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순차적 삶의 질서를 따르는 것도 어렵고, 결혼을 하지 않은 채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도 힘든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의 입장에서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인센티브와 인식 개선을 통해 결혼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한편으로는 혼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산과 양육이 포기되지 않도록 다각적인 정책이 모색돼야 한다. 이제는 정말 조금 더 유연하게, 조금 더 관용적인 시선으로 이들의 삶에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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