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영어점수보다 중요한 건 협업·열정
해외인턴 후 장단점 분석한 면접자 당당히 합격
인턴·계약직으로 시작해 정규직 전환되기도
15년 후 목표 세우고 자신의 강점 살려야

인생의 중요한 관문인 ‘취업’이라는 문을 뚫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춘들을 위해 헤드헌터인 김은수 스터링리소스그룹 대표가 취업준비생들이 선호하는 주요 기업의 인사전문가들을 직접 만나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되기 위한 전략을 소개한다. 채용 정보와 함께 ‘아픈’ 청춘들과 아직 미숙한 청춘들을 위해 인사전문가들이 사회 선배이자 멘토로서 꼭 전하고 싶은 따뜻한 조언들도 함께 담는다. <편집자주>

 

장수아 ㈜나이키 코리아 인사부 상무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장수아 ㈜나이키 코리아 인사부 상무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나이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운동화와 스포츠 용품이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글로벌 기업이지만 국내 기업처럼 대규모 공개 채용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보니 나이키가 어떤 인재를 선호하는지 알 길이 없다. ㈜나이키 코리아의 인사 업무를 책임지는 장수아(사진) 인사부 상무는 나이키의 인재상을 크게 ‘열정·팀워크·소통능력’으로 꼽았다.

나이키는 최근 미국의 경제전문지 ‘패스트 컴퍼니’가 발표한 혁신기업 순위에서 애플, 구글, 페이스북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운동화 등 스포츠 용품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을 접목한 ‘플러스센서’ ‘퓨얼밴드’ 등 세상에 없는 제품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용품 업체가 IT기업을 제치고 혁신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유연성과 창의성을 강조하는 나이키의 기업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나이키는 부서나 직무에 상관없이 직원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있어요. 그래서 부서를 옮기는 것도 자연스럽죠. 파이낸스 출신이 디지털 디렉터로 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문지식이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에요.”

장 상무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직원들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이끌어주는 것이 나이키 인재 개발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나이키의 이러한 기업문화는 상당히 긴 직원들의 근속연수(평균 8년)와, 외국계 기업 평균(약 연간 12%)보다 훨씬 낮은 연간 3%라는 퇴사율로 이어지고 있다.

장 상무도 18년째 나이키에 몸담고 있다. 나이키라는 브랜드의 의의와 상징적 문화에 매료돼 일본과 호주, 싱가포르 등에서 해외근무를 거치며 임원 자리까지 올랐다. 그러나 그가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곳은 나이키가 아니었다.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한 그는 여성 공개 채용이 처음 시작된 1994년, LG전자 해외영업부에 입사했다. 당시 뭘 하고 싶은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해외영업’이라는 직무만 보고 선택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2년 후 나이키로 자리를 옮겼다. ‘직무’나 ‘부서’보다는 15년 후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고 자신의 강점을 파악한 결과였다.

“저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은 기업의 특정 부서를 정해놓고 취업 준비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부서와 직무에 관련된 자격증을 준비하고 공부를 하죠. 하지만 외국계 기업은 접근 방식부터 달라야 해요. 외국계 기업은 직원을 채용할 때 자격증이 아닌 이 사람이 우리 기업 문화에 적응할 수 있는지에 더 관심을 갖죠. 그래서 외국계 기업을 준비할 땐 직무보다는 회사의 역사와 인재상, 문화부터 알아야 합니다.” 

즉, 한 명의 직원은 회사라는 큰 그림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특히 나이키 코리아는 마케팅과 세일즈 업무가 많고, 무엇보다 협업을 중시하기 때문에 소통과 멀티태스킹(동시작업)에 강한 여성 직원들이 많다. 남성 직원이 많은 물류센터를 제외하면 여성 직원이 전체 직원의 60%를 차지할 정도다. 여성 임원도 장 상무를 포함해 머천다이징(상품 기획)과 리테일(판매) 부문 등 총 9명의 임원 중 3명이다. 

 

장수아 나이키코리아 인사부 상무가 김은수 스터링 리소스 그룹 대표와 대담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장수아 나이키코리아 인사부 상무가 김은수 스터링 리소스 그룹 대표와 대담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나이키도 다른 외국계 기업들과 같이 경력사원과 신입사원을 수시 채용한다. 현재 컨버스에 인원 충원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채용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정규직 채용 인원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에 장 상무는 처음부터 정규직을 노리는 방식에서 벗어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신입사원을 뽑을 때 나이키 관련 배경이 전무한 사람과 파견직이나 인턴으로 1, 2년 정도 근무한 사람이 있다면 이미 호흡을 맞춰본 사람을 뽑는다”고 설명했다. 파견직으로 일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장 상무가 직원 채용 과정에서 가장 주의깊게 살펴보는 것은 학벌이나 공인 영어점수가 아닌 소통 능력이다. 토익·토플 점수가 높거나 원어민처럼 발음이 좋아도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은 뽑지 않는다. 

“흔히 외국계 기업을 지원하려면 영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영어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준비하고 인터뷰를 볼 수 있는 수준이면 되지요. 얼마 전 인턴 채용에서 1그룹 면접을 진행했어요. 이때 특정한 주제를 주고 30분간 각각 영어와 한국어로 의견을 말하도록 했지요. 틀에 박힌 답변만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토론을 하다보면 이 지원자가 자기 주장만 하는지, 요약과 결론을 주로 하는지 드러나지요. 아쉬운 점은 주장과 요약을 정리해 일목요연하게 말하는 지원자는 드물다는 것이에요.”

영어 발음이나 실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론·본론·결론에 걸쳐 자신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관건인 것. 또한 장 상무는 “자신의 ‘강점’으로 어필하라”로 조언한다.  

“제가 받은 이력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한 지원자가 배낭여행을 갔다가 런던에 있는 나이키 매장에서 1년간 일하면서 느낀 제품과 매장 등의 장단점을 분석해 의견을 제안한 것이었어요. 그 포트폴리오는 20년 가까이 나이키에서 일한 제게도 강한 자극이 됐지요. 이 지원자는 어떤 직무가 아니라 ‘나이키’에 대한 애정과 관심, 열정을 이력서에 그대로 담아냈어요. 결국 이 지원자는 자신의 강점인 열정으로 나이키에 입사했어요.” 

장 상무는 나이키를 포함한 외국계 회사에 입사하려는 대학생들에게 “멀리 내다보고 깊게 생각하라”고 말한다. 본인도 대학 시절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겪었던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이다.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잘 모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어요. 쉽지 않은 일이죠. 하지만 10년, 15년 후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일을 즐길 수 있을지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한다면 미래에 대해 조금씩 눈을 뜰 수 있을 겁니다.”

장 상무의 말은 인사책임자로서가 아닌 사회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전하는 애정 어린 충고다. 그러면서 그는 “자격증을 따고, 취업을 위해 하는 공부나 주위에서 강제로 ‘푸시(push)’해서 하는 경험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진심으로 참여하는, 즉 ‘풀(pull·당기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주변을 돌아보고, 책을 읽으면서 그것이 자신과 어떻게 관련 있는지 생각하라는 조언이다. 그는 “소통능력과 협업에 강한 여성들에게 아쉬운 점은 도전의식이 부족하다는 점”이라며 “직무를 가리지 말고 도전의식을 가질 것”을 강조했다.

 

김은수 스터링리소스그룹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은수 스터링리소스그룹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은수 대표는…

인력 컨설팅 업계에서 17년간 활동한 대표적인 헤드헌터다. 1997년부터 3년간 아데코코리아 대표컨설턴트를 지냈고, 2000년부터 ㈜스터링리소스그룹을 운영 중이다. 현재 여성기업인경영연구모임 회장 등을 역임하며 인재 발굴을 위한 연구에도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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