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3명 중 2명은 온라인 인권 피해 경험
스토킹·영상유포 피해 장소 1위는 ‘SNS’
일부 남성, 직접 찍은 영상·사진 유흥 사이트에 올리기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여성의 온라인 인권피해 현황에 따르면 응답자의 67.4%가 온라인에서 성폭력 피해를 한 차례 이상 겪었다고 답했다. 특히 스토킹, 영상 유포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메신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여성의 온라인 인권피해 현황'에 따르면 응답자의 67.4%가 온라인에서 성폭력 피해를 한 차례 이상 겪었다고 답했다. 특히 스토킹, 영상 유포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메신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페이스북에 제 얼굴이 나오는 일상 동영상을 올렸어요. 그런데 남자친구가 제 사진이 (페이스북) ‘19금 △△페이지’에 올라왔다는 거예요. 그래서 찾아보니 ‘이분 가지고 싶으면 좋아요를 누르세요’라는 글이었어요.”(20세 여성)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인권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14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여성의 온라인 인권피해 현황과 개선방안’ 여성정책포럼에서는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인권피해의 민낯이 드러났다.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가 15~49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여성 응답자의 3명 중 2명(85.4%) 이상이 스토킹, 성폭력, 명예훼손·모욕, 영상 유포 등 온라인 인권피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토킹 69.9%, 성폭력 67.4%, 명예훼손·모욕 35.5%, 영상 유포 2.6% 순이었다. 특히 스토킹과 영상 유포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였다. 

김 교수가 심층 인터뷰한 한 여성은 온라인 게임상에서 당한 성폭력 피해 경험을 털어놨다. “고스톱이나 맞고 같은 게임을 하려고 게임 사이트에 들어가면, 아바타가 여자면 쪽지가 많이 날아와요. 아저씨들이 어디 모텔에서 만나서 뭐… 하자는 내용으로요.” 

카카오톡에서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일방적인 성희롱 발언을 받은 피해 사례도 있었다. “카카오톡에서 대화명이 점(.)으로 돼 있는 사람에게서 연락을 받았어요. 이 사람이 ‘죄송한데, 카톡 사진 본인이냐. 가슴 크시네요’라고 하더니 ‘어디 사냐고’ 묻는 거예요.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진짜 궁금하다. 성적인 대화를 나누자’고 그러고. 심지어 지금 자신이 자위 중이라고….” 성희롱 피해를 입은 여성은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카카오톡에서 가해자를 차단하는 것으로 사건을 일단락했다. 자신의 피해 사실이 범죄가 될 수 있는지 확실치 않고 수사기관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주지 않으리라는 의구심 때문이다. 

한편, 영상 유포는 헌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 초상권이나 사생활권의 침해에 해당된다. 또한 여성의 허락 없이 영상과 사진을 찍거나 동의 없이 유포하는 행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 제14조에 따라 명백한 범죄로 처벌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영상·사진 유포가 급증하고 있다. 일부 남성은 여성과의 성관계 영상을 찍어서 여성 몰래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상 유포 경험이 있는 한 남성 심층 면접자는 “여성과 성관계를 갖는 사실을 남성들 사이에서 자랑하고 이를 즉각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유포했다”고 동기를 설명했다. ‘도촬(도둑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카카오톡 등 채팅방에서 다른 남성들과 돌려보고, 여성들의 신상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근엔 ‘아메’ 등 유흥 사이트를 통해 남성들이 직접 찍은 성관계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사이트가 남성들 사이에서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는 새로운 형태의 창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무분별한 사진과 영상 유포는 초상권, 사생활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명예훼손과 같은 다른 유형의 인권침해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는 적절한 사법구조와 온라인 윤리의식 정립이 강구돼야 하며, 이를 위해 공공기관 및 인터넷 사업자 등의 적극적인 공동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수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평등문화정책센터장은 온라인 인권피해에 대한 수사, 정책, 법령체계 개선과 정부 차원의 관련 교육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온라인 성폭력을 사이버보안국에서도, 성폭력 담당인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에서도 자신의 업무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데, 앞으로는 온라인 성폭력을 경찰청의 업무로 명시해야 한다”면서 “경찰청에서 온라인 성폭력 업무를 적극 수행할 수 있도록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에 온라인 성폭력 관련 항목을 명시하거나 가칭 ‘온라인 성폭력 방지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을 제정하는 등 근거법령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또 “온라인 전체에서의 인권침해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한국인터넷자율기구(KISO)에 SNS 운영자와 구글, 야후, 페이스북, 트위터 등 외국 회사의 한국 자회사도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KISO에는 다음, 네이버, 케이티하이텔, SK커뮤니케이션 등 대형 포털사이트 10곳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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