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국어교과서에 고정관념적인 여성상이 가득하다. 현직 중학

교 국어교사가 국어교과서 문학작품의 성차별 요소를 분석한 석사논

문에서 이같이 주장해 관심을 끈다.

무학여중 국어교사로 재직중인 이덕주 교사(아래)는 최근 고려대 교

육대학원에서 석사학위 논문으로 '중학교 국어 교과서의 문학작품

에 나타난 성차별적 요소 분석-소설·희곡의 여성 등장인물을 중심

으로'를 발표했다.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린 소설과 희곡에서 여성

인물들에게 부여된 역할과 성격을 성차별적 측면에서 분석하고 학생

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논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고전, 근·현대 소설 11편과 희곡 3편을 연구 대상으

로 삼은 이 교사는 국어교과서에 실리는 문학작품은 작품성을 절대

적으로 인정받으며 수업과 시험준비를 통해 심도 있게 내용을 반추

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만큼 학생들의 의식과 태도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문학작품 속의 여성인물이 실제 여학생

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여중생 166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

한 결과, 86%의 학생이 자신을 작품속의 인물과 동일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면, 우선 남녀 등장인물의 수에

있어서도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주인공급 인물은 남성이 19명인데

비해 여성은 6명, 조연급 인물도 남성 16명 여성 4명, 그 외 엑스트

라도 남성은 70여 명 여성은 30여 명이고, 전체 등장인물에서 남성

이 약 100명 여성이 약 40명으로 차이가 난다.

여성인물의 역할 및 성격도 자신의 인생에 책임을 지고 능동적으로

사는 인간형은 '원술랑'의 진달래 1명뿐이고, 나머지는 전형적인

전통적 여성형으로 내성적이고 소극적이거나 온정적인 유형 8명('

요람기' 누나와 득이, '원술랑'의 지소부인, '사랑손님과 어머니'

의 어머니 등), 귀엽고 예쁘고 연약한 또다른 전통적 여성형이 2명

('소나기'의 소녀, '별'의 스테파네트), 희생적 유형 2명('심청전

'의 심청, '상록수'의 채영신), 갈등을 조장하는 부정적인 유형이

2명('학마을사람들' 봉네, '홍길동전'의 초란)으로 거의 전통적으

로 ‘여성적’이라고 일컫는 특성에 해당한다. 결국 이같이 여성에

대한 소극적이고 나약한, 주변적인 인물 묘사들은 과거의 가치관을

반복 주입하는 효과를 낳을 뿐만 아니라, 변화돼 가는 사회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논문은 비판한다.

이에 대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교과서 개발과정에 참여하는 여성의

비율이 현저히 낮다는 점을 지적한다. 교과서 개발진에 점차 여성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여성비율은 20% 미만이고 교

과에 따라서는 여성의 참여가 전혀 없다는 데 문제제기했다. 중학교

국어교과서의 경우는 여성이 개발연구진으로 15%, 집필진으로 24%

로 참여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또한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나오는 희곡과 소설의 저자는 100% 남

성으로, 지나치게 한 성에만 편중되어 있어 여성의 경험세계를 반영

하는 작품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경시하는 풍조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사회 전반적인 성차별 관념이 그대로 반영된 교과서의 문제점에 대

해 이 교사는 ▲교과서 개발 과정에 여성 참여를 30% 이상 늘리고,

교과서 개발자들에 대한 성평등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할 것 ▲평등한

성역할 측면에서 바람직한 내용을 갖춘 여성 저자들의 작품을 발굴,

소개할 것 ▲작품들의 주제, 시점, 시대나 사회적 고정관념 등이 치

우치지 않도록 검토하고 다양한 특성과 주제, 배경, 인물 등을 제시

할 것 ▲양성평등 관점의 교과서 검정 기준을 마련할 것 등을 대안

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김 정희 기자 jhle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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