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하이퍼텍스트를 소개하는 글에서 나는 하이퍼텍스트 문학(이하 하이퍼

문학으로 약칭)의 독서를 여행에 비유하였다. 이번 글에서는 매우 짧은 일정이기

는 하지만 실제 작품을 통해 하이퍼 문학이라는 신대륙 탐험 여행을 떠나보자.

내가 쓴 하이퍼텍스트 소설 '용의 궁전'(98)은 스토리 스페이스(이하 Ssp로 약

칭)라는 소프트웨어로 썼고 후에 HTML 버전으로도 만들었다. 소설 파일을 열면

제일 처음 화면에 ‘title’이란 제목 페이지가 나온다. 'Palace of a Dragon

King'이라는 제목과 저자로서 내 이름이 나오는 것은 기존 인쇄물의 표지와 같

다. 작가 이름 밑에는 “비전(vision)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이 글을 바침”이라

는 문장이 있다. 여기서 밑줄 친 비전을 누르면 ‘서곡(prelude)’이란 화면이 뜬

다.

텍스트별 클릭 선택하는 ‘맞춤 독서’

이처럼 작품 텍스트 내에서 밑줄 친 단어 혹은 색깔을 달리한 단어를 마우스로

클릭하거나 화면 맨 위에 있는 버튼들(back, links, history를 비롯해 9가지)을 선

택해서 여러 방향으로 읽어 나갈 수 있다. enter 키만 눌러 가면서 읽는 것은 인

쇄물에서 다음 페이지로 넘기는 것과 같고 backspace 키나 back 버튼을 누르면

앞 페이지로 넘어가서 다시 읽는 것과 같다. 내 소설에서는 페이지 대신 각 화면

마다 앞에서 말한 title, vision, prelude와 같이 해당 텍스트의 제목이 나온다.

모든 텍스트의 제목은 차트 표와 같은 버튼을 누르면 볼 수 있다(상단 그림 참

조). 이렇게 독자는 매 텍스트마다 선택을 하면서 여러 층위로 나뉘어져 있는

Palace(궁전), Sea(바다), Ghost Continent(유령 대륙), Pleasure Dome(환락의 돔)

을 탐험하게 되는 것이다.

Ssp를 개발한 사람은 마이클 조이스이다. 조이스는 적은 텍스트 분량으로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독자들이 읽을 때마다 달라지는 작품을 쓰고자 했고 이를 위해

자신이 직접 조지아 공과 대학의 제이데이비드 볼터와 함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

게 되었다. 조이스가 Ssp로 쓴 '오후, 이야기'(87)는 최초의 하이퍼텍스트 문학

으로 간주된다.

이 작품의 내용은 주인공 피터가 우연히 목격한 교통사고 현장을 중심으로 펼쳐

지는 이야기이다. 예를 들어 세 가지 다른 독서(편의상 ①, ②, ③으로 번호를 붙

임)로 읽은 이야기가 어떻게 다른지 예를 들어보자.

①과 ③으로 읽은 독자는 교통사고가 주가 되는 이야기를 읽게 되고 ②로 읽은

독자는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채 유부남인 그의 상사 워더와 피터의

전 부인 롤리의 애정 문제가 주가 되는 이야기를 읽게 된다.

①과 ③을 읽은 독자는 피터가 이혼 후 워더와 롤리의 애정 문제로 심리적 고통

을 겪고 있었다는 사실은 모르게 된다.

①을 읽은 독자는 롤리와 피터의 아들 앤드류가 죽은 것이 틀림없으며 사고를 낸

운전자가 피터이고 그가 너무 충격을 받은 나머지 잠시 망각 상태에서 이들을 찾

아 나선 것이라는 내용을 안다. 그러나 ③을 읽은 독자는 이것을 전혀 모르는 상

태에서 피터와 마찬가지로 교통사고의 진상 여부에 관심을 갖고 그들의 행적을

찾아 나선다. 따라서, 작품의 제목에서 ‘a story’는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때의 부정관사는 대표 단수를 나타내는 것으로서 독자가 접하는 이야기들 혹은

이야기성을 다시 정의하는 것이므로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야기’로

번역해야 한다.

하이퍼 문학은 멀티미디어적 성향을 띠면서 발전한다.

87년 첫 하이퍼텍스트 문학작품 등장

마크 아메리카의 '그래마트론(Grammatron, 기계로 글쓰기를 상징하는 작가의

신조어)'은 컴퓨터 매체의 특성을 최대로 반영한 멀티미디어 하이퍼텍스트 혹은

하이퍼미디어이다.

1997년 발표 당시 ‘하이퍼텍스트 수소폭탄’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이 소설은 문

학이라는 인습적 사고에 대 전환을 가져왔다. 이 작품은 프로젝트라고도 불리울

정도로 하나의 소설 장르로 분류될 수 있는 이야기, 참고 자료, 작가 소개, 작품

소감 등 언어적 텍스트는 물론 배경음악(청각), 동영상 및 이미지(시각) 등 언어

외적 텍스트를 포함한다. 아메리카는 5년 여에 결쳐 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1100개 이상의 텍스트와 2000개의 링크 그리고 40분이 넘는 배경음악을 만들었

다. 예술 장르의 벽을 허물려는 그의 대단한 열정은 문학을 새로운 차원으로 승

화시키는 데 기여 했다. 다가오는 3월 미국 뉴욕에서 개최되는 전시회에서 그의

하이퍼 문학은 또 다시 전시(?)될 예정이다.

1100 텍스트, 2000 링크 등 멀티미디어 특성 최대한 살린 작품도 나와

아메리카가 나타내고자 했던 이야기는 디지털 시대의 정신성이다. 기계가 인간

의 마음까지 읽어 자동적으로 글을 써준다는 얘기이다. 생각하는 인간의 고귀한

정신성을 기계가 대치하지 않도록 역설적이게도 하이퍼 문학가들은 컴퓨터 매체

라는 기계를 통해 창조성이라는 놀라운 인간의 정신성을 구현한다. 나 또한 '용

의 궁전' ‘서곡’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써 놓았다.

“우리의 삶은 더욱 복잡하고 지루해져만 간다. 그렇게 만든 것은 우리들 자신이

다. 우리의 삶이란 단순하지만 아름답게 살도록 되어 있는 것일텐데 말이다. 당신

이 마지막으로 이 세상이 온통 경이로움으로 가득찼다고 느낀 것이 언제였는

가?”

이 질문에 언제인지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오래되었다고 대답하는 '여성신문'

독자들은 내 글을 통해 하이퍼 문학 여행에서 그 경이로운 낯설음이 주는 기쁨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류현주/하이퍼텍스트 문학박사.경북대 어학당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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