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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할당제도입을 위한 여성연대가 한나라당을 방문해

면담하는 모습.

이번 총선에서 과연 여성들은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비례후보 30% 여성할당이 정당법에 명문화되면서 ‘여성계 돌풍’논의가 한창이다. 비례 30%면 14석. 그리고 지역구 의원까지 합하면 14석 플러스 알파. 적어도 14명의 여성 국회의원들이 여의도를 누비게 된다면, 이 정도는 가히 돌풍이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물론 이런 시각은 여성계에서 10여년동안 줄기차게 요구해 온 ‘30% 여성할당’이 비로소 법제화된 지금의 시점에서는 일면 타당하다. 정치분야 30% 여성할당은 이미 13대부터 여성계 이슈였고, 14대에도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지만 법제화엔 실패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지금의 30% 할당이 너무 부풀려지고 있다는 대목. 줄어

든 비례의석에서 30%가 가지는 의미는 그만큼 ‘퇴색’됐고, 또 여성정치력이

세계적으로 후진국 수준인 우리나라에서 지금의 30%는 극히 최소한의 수치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당선권 내 비례 30% 적용해도 HDI 상위 100위국 중 84위

지난 15대 국회 여성의원 비율은 전체의 3.7%. 이번 법 개정으로 예상되는 최대

한의 16대 여성점유율은 7%. 우리나라에선 여성계 돌풍이라고들 말하는 이 수치

를 지난해 9월 UNDP가 발표한 인간개발지수(HDI) 상위국들의 여성 정치참여율

과 비교해 보면 상당히 처참한 결과가 나온다. 인간개발지수만 보자면 우리나라

는 30위. 30위 안에는 캐나다, 노르웨이, 미국, 일본, 벨기에, 스웨덴, 호주, 뉴질랜

드, 아이슬랜드, 프랑스 등의 국가가 포함돼 있는데, 이들 가운데는 여성참여율이

50%를 넘는 국가도 있으며 상당수가 30%-40%를 육박하고, 대부분이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태리는 53.8%, 미국 44%, 호주 43%, 캐나다 42%, 영국 33%,

노르웨이 30%, 포르투갈 36%, 싱가폴 34%, 스위스 29%, 스웨덴 28% 등이다. 또

30위 이하의 국가와 비교해도 우리나라는 한참 뒤떨어져 있는데, 인간개발지수

상위 100위국을 볼때 7% 이하는 회교국가인 쿠웨이트, 아랍에밀리에이트, 레바

논, 터키, 이란, 섬국가인 피지, 조지아, 서사모아, 그리고 동구의 루마니아, 아르

메니아, 남미의 브라질, 그리고 아시아의 태국, 스리랑카 등 총 16개국에 불과하

다. 결국 우리나라는 이들 100개국에서 인간개발지수는 30위인데 여성정치 참여

율로 보면 84위라는 이야기다.

비례후보 후순위에 여성 몰아도‘선거법 위반 아니다’

30% 여성할당이 부풀려 논의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또 다른 대목은 법에는

30% 할당을 ‘당선권 내’로 못박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개정된 정당법에는 비

례후보 가운데 30%를 여성으로 하면 된다고 했을 뿐, 당선 가능권에 후보를 배

정하라는 규정은 없다. 이때문에 전국구 뒷번호에 여성을 몰아넣어도 위법은 아

니다. 물론 현재 각당 대표들은 당선권 내 여성배정을 약속하고는 있지만 그런

약속은‘넘치는 후보’에 밀려 소리없이 사라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

다. 김현자 한국여성정치연맹 총재는“정치인들의 여성과의 약속은 다급할 경우

엔 항상 꼬리를 감추지 않았느냐”며 “마지막까지 가봐야 개정된 정당법의 효력

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현자 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이제까지 정치권으로부터 배반당한 여성계의 쓰라

린 경험에 근거한 것이기도 하다. 15대 선거에서도 각당 대표들은 앞다퉈 비례

여성 30%를 공식화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당시엔 30% 할당이 법에 명문화되지

않았던 점도 있지만 정치권이 또한번 여성들로부터 큰 신뢰를 잃은 순간이었다.

김대중 대통령 역시 지난 대선에서는 ‘당선후 국무위원 30%선인 4-5명을 여성

으로 한다’고 선언했지만 1기 내각에선 3명에 그쳤고, 2기 내각에선 1명만을 등

용해 여성계로부터 극렬한 비난을 사기도 했다.

할당순번 당헌당규 명시 필요 장기적으로 여성정치인력 풀 갖춰야

그렇다면 여성 30% 할당이 거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걸까. 일

단 30% 할당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할당순번을 정하는 것이 가장 먼저라

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임기중인 현직 대표는 선거 및 공직에 출마하지 않겠

다’고 공식 선언한 한국여성단체연합(공동대표 지은희 신혜수 이경숙)측에서는

할당순번을 당헌당규에 명시하고 남녀지퍼식으로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작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후보를 ‘남,여, 남,여, 남,여’ 식으로 정하든가 아니면

30%인 만큼 ‘남, 남, 여, 남, 남, 여’로 확실히 정해야 한다는 것.

또 비례 30%의 취지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여성정치인력 풀을 제대로 갖춰

놓는 게 절실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30% 할당의 의미가 낙후한 우리나라

여성정치의 현실을 어느정도 개선해 보자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여성 정치인구가 대폭 확대되는 것이 과제가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조기숙 이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정치권에서 여성인구가 확대돼야 비례여성후보의 질이 높아

지고 또 지역구 여성출마자가 많아지면서 그만큼 당선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 아

니겠느냐”며 “그럴 경우 장기적으로 여성총리와 대통령을 기대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한다.

최진숙 기자 jinscho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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