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국회 개원 일이 불과 한달 여 남았다. 이번 16대엔 15대 보다 5

명이 더 늘어난 총 16명의 여성의원들이 활약하게 된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여성운동가 출신이어서 16대 국회에 거는 여성계의 기대는 각

별하다.

여성의원 세계 평균 13.5%에 턱없이 부족한 5.7%. 이 남성정치의 장

벽을 뚫고 나갈 예비 여성의원들의 노하우와 포부를 4회에 걸쳐 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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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천 당선자(민국당, 초선)

“여성후보의 대표성 십분 발휘할 터”

이번 총선에서 김경천 당선자(59)만큼 여성후보로서의 불이익을 톡톡

히 치른 후보도 없을 것이다.

여성이 지역구에 공천을 얻는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인 현실에서

그것도 당선가능권인 ‘호남정치 1번지’인 광주 동구에 김 당선자가

공천을 얻은 것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그러나 김 당선자는 40여

년의 광주 YWCA 사무총장,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공동의장 등 시

민운동 경력과 민주화 투쟁의 이력을 들어 이를 당연시한다.

하지만 막상 선거에서 그에게 쏟아진 ‘흑색선전’은 중앙까지 파급

돼 신낙균 전 의원, 김정례 전 의원 등 선배 정치인들이 ‘진화’를

위해 광주에 급파됐을 정도였다.

흑색선전의 핵심은 그가 이혼남과 결혼하면서 전처 소생 딸을 입양시

켜 버린 ‘비정한 계모’였다는 것. 그의 정신적 어머니인 조아라 광

주 YWCA 명예회장은 90세 가까운 노구를 이끌고 그의 ‘무죄’를

낱낱이 증언하고 다녔다고 한다. 여성신문사의 ‘평등부부상’을 수상

한 경력도 유권자를 설득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그는 덧붙인다.

“제가 당했던 흑색선전은 ‘모성’에 흠집을 냄으로써 여성이 정치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저질적 선거 행태라고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본격적인 정책대결은 하나도 하지 못한 것이 참으로 아쉽습니다. 하지

만 당선가능 지역에 공천받고도 떨어지면 다음 여성 후배들이 지역구

에 공천받을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더욱 더 열심히 뛰었

죠.”

김 당선자는 파괴된 인간관계와 환경을 회복시키는 여성적인 품성의

정치를 구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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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당선자 (한나라당, 재선)

“ 아버지님 후광의혹 벗어나겠습니다”

“현재 우리 국민들이 정치권에 가장 바라고 있는 것은 정치에 대한

불신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정치를 개혁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도록 깨끗하고 믿을 수 있는 정치를 실천해서 국민들의

정치불신 해소와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앞장서서 노력할 것

입니다.”

16대 국회에서 한나라당 지역구의원 중 유일한 여성으로 자리를 매김

하고 있는 박근혜 당선자(48)가 16대 국회에 임하는 자세를 밝혔다.

자신의 정치적 역량보다는 고 박정희 대통령의 후광에 기대 정치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일부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해 박 당선자는 “98년의

4·2 보궐선거 때에는 아버지의 후광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을 부인하

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그 동안의 의정활동과 중앙정치

활동, 그리고 공약이행 성과가 중요하게 평가받았다고 봅니다”라며

이번 선거가 자신을 ‘독립된 정치인’으로 유권자들이 평가한 것이라

고 말한다.

박근혜 당선자는 지난 15대 국회에서 이미 경험한 바 있는 산업자원

위원회를 선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임위 활동을 통해 우리 나라의

비균형적인 산업구조,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증가문제, 여성들의 열악한

근로조건 등 여러 가지 문제를 개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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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희 당선자 (한나라, 초선)

“여성관련 행정기구 개편에 주력”

“16대 국회엔 극성스런(?) 여성들이 많아서 전망이 밝다고 생각합니

다. 여성정책을 주류화하기 위해 모든 상임위원회에 전략적으로 골고

루 여성들이 들어간다면 정치가 훨씬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을 거예

요.”

16대 국회 개원을 기다리며 최영희 당선자(60)는 여성정치 발전의 모

델을 그리고 있다. 16대 국회는 여성정치인의 전문성을 충분히 살릴

기회라는 것.

대한간호사협회 이사, 이화여대 간호학장을 역임하고 한국여성단체협

의회 명예회장, 보건복지부 에이즈 대책위원회 위원, 사회보장 심의위

원회 위원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최 당선자는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보건이나 교육 분야에서 상임위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경제 수준이 높아진 데 비해 복지수준이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어머니의 눈’으로 정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랜 여성운동 끝에 제도권 정치에 진입하게 된 선배인 최 당선자는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점으로 더 이상 여성의 대표가 될 수 없습니

다. 그렇기 때문에 할당제 대표 속에 진정으로 여성을 대표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여성을 추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라고 여성의 정치세

력화를 위해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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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숙 당선자 (한나라, 초선)

“‘어머니의 눈’으로 복지문제 주력”

정무 (제2)장관, 세계여성단체협의회 이사, 한국여성단체협의회장 등

대내외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해 온 이연숙 당선자(64). 초선 의원에 어

울리지 않는 노련함으로 그의 포부를 밝힌다.

“모성보호와 성폭력범죄의 처벌과 피해자 보호 등에 중점을 두어

재·개정을 할 생각이죠. 여성문제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움직일 것

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에 문제없을 거예요.”

또한 여성관련 행정기구의 개편도 시급한 과제로 꼽으면서 현재 여성

담당 6개 부처를 점진적으로 외무부, 정보통신부, 국방부 등 10개 부처

로 늘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한다.

통일이나 외교통상 문제에 주력하고 싶다는 이 당선자는 여성과 더불

어 진보적인 신진세력이 16대 국회에 많다는 것을 든든하게 여긴다.

이들과의 연대로 정치 전망이 밝아질 거란 희망적인 예측에서다.

'김유 혜원 기자 cognat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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