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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위), '룰루'(아래)

최근 여성의 성욕을 왜곡하거나 마초적인 시각으로 그린 작품들이 개

봉하거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김기덕 감독의 '섬'과 '하몽하몽'

으로 국내 관객에게 알려진 비가스 루나 감독의 '룰루'가 그것.

지난 4월 22일 개봉한 '섬'은 외진 낚시터를 배경으로 희진과 현식

이 벌이는 엽기적인 애정행각을 그린 영화. 모터 달린 작은 배를 타고

다니며 낚시꾼에게 때로는 간식거리를, 때로는 몸을 파는 희진이 운영

하는 낚시터 ‘섬’에 어느 날 새장을 손에 들고 현식이 나타난다. 전

직경찰인 현식은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 애인을 죽이고 이곳 ‘섬’

에 도피 중. 삶을 체념한 듯한 현식은 좌대에 짐을 풀자마자 권총 자

살을 기도하는데, 그를 지켜보던 희진 은 현식의 허벅지를 송곳으로

찔러 자살을 막는다. 이 일을 계기로 그들 사이엔 묘한 교감이 생긴다.

어느 날 낚시터에 경찰들이 들이닥쳐 검문을 실시하는데, 낚시터에

은신중이던 또 다른 수배자는 도망치다 경찰의 총에 맞아 중상을 입는

다. 이를 목격한 현식은 극도로 불안을 느끼다 급기야 낚시바늘을 입

에 넣고 자해한다. 경찰을 따돌려 현식을 구한 희진은 고통에 신음하

는 현식을 섹스로 치유한다. 이후 급속도로 가까워지지만, 현식은 답답

함을 견디지 못해 ‘섬’을 떠나려한다. 도망치듯 떠나는 현식을 보며

희진은 낚시바늘을 성기에 꽂는 자해를 가하며 현식을 잡는다.

김기덕 감독은 이전에도 '악어', '야생동물 보호구역', '파란대문'

등을 통해 사회중심에서 밀려나 처절한 삶을 사는 밑바닥 인간 군상을

일관되게 그려왔다. 특기할만한 것은 그의 작품에는 어김없이 ‘매춘

여성’또는 ‘섹스에 집착하는 여성’인물이 등장한다는 것. 또한 매

춘여성만큼이나 빈번히 등장하는 것은 ‘강간’이다. 여성의 성기에

대한 지나친 가학적 태도도 문제다. 그의 실험정신은 일부 ‘매니아’

를 낳기도 했지만, 여성에 대한 이분법적인 혹은 폭력적인 시선은 그

러한 참신성을 반감시킨다.

이 영화를 본 한 여성관객은 “여성주인공이 질에 낚시바늘을 꽂는

대목에서 그처럼 폭력적인 상상도 문제지만, 예술로 포장하여 표현하

는 감독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했다.

한편 15세 소녀가 중년의 한 남자를 통해 성에 눈뜬다는 구도로 그려

지는 '룰루' 역시 여성에 대한, 여성의 성욕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보여준다. 1994년부터 다섯 번의 심의 끝에 20일 국내 개봉하는 이 영

화는 음모 면도, 트리플섹스, 게이클럽 등이 등장하는 하드코어 포르노

물에 가까운 작품이다.

룰루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뻘의 파블로에게 매력을 느낀다. 순진한

룰루는 파블로가 이끄는 대로 움직이며 성적 쾌락을 느끼는 한편, 일

탈의 길로 접어든다. 걷잡을 수 없는 욕망의 포로가 된 룰루가 파블로

와 결혼하고, 딸을 낳아 행복한 신혼을 보내면서 표면적으로는 아무

문제도 없는 듯하지만, 룰루는 자신이 위험수위를 향해 치달리며 끝없

는 집착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파블로는 더 자극적인

성적 만족을 위해 룰루의 눈을 가리고 혼음을 벌인다. 이 일을 계기로

룰루는 파블로를 떠나지만 이미 길들여진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고 또

다른 성적 탐험에 빠진다. 그리고 끝내 게이클럽에서 생명의 위협까지

받는 지경에 이른다.

감독은 이 작품에 대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자 하는 여자의

사랑과 섹스에 집착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감독의 생

각처럼 과연 모든 여자들이 룰루처럼 내면에 뜨거운 성욕을 감추고 있

으면서도 위선적인 삶을 사는 것일까. 그처럼 적극적으로 성적 탐험을

나선 룰루의 결말이 자신의 경솔함을 깨닫고 파블로에게 돌아간다는

구태의연한 설정은 이 감독이 여성의 심리 혹은 욕망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데서 기인한 오류가 아닐까?

'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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