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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자유롭다면...”에 덧붙여 “사이즈로부터도 자유로와

지라.”

지난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 두 번째 대

회의 슬로건이다. 지난 대회를 보고 출전을 준비(?)해 온 80여 명 중

4월 말 오디션을 거쳐 50여 명을 선발했고, 이들이 주최측인 페미니스

트 계간지 '이프' 스탭들과 5월 6,7 양일간 합숙훈련을 거치며 두 번

째 페스티벌의 윤곽이 잡혀가고 있다. 행사는 5월 20일 오후 5시 정동

이벤트홀에서 열린다.

이번 페스티벌엔 ‘미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10여 명 이상의

2,30대 남성들도 참가할 예정이다. 이들은 새천년의 남성상을 제시한다

는 목적으로 드랙퀸쇼, ‘아빠와 함께 춤을’ 등을 통해 이상적인 여

성 동반자상을 제시한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2세 초등학생부터 81

세까지 참가자들의 연령층도 다양하다. 특히 최고령의 김동혜 할머니

는 47년 여경에 입문했다가 “나라에 헌신하려고 했더니 문서작성만

하라길래 그만뒀다”는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로 출전자들에게 ‘왕언

니’란 애칭으로 불린다.

최소 연령인 장한희록 양은 “예쁜 여자만 나오는 불공평한 미스코리

아대회보다 공평히 재주껏 자신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게 좋아서”

출전했다고 밝혀 “과연 그 엄마에 그 딸”이란 칭찬을 받았다. 그의

엄마는 여성학자 오숙희 씨.

이밖에도 지난해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출전자들이 많다.

“나야말로 프리 사이즈”라며 조산하지 않는 한 출전하겠다는 만삭의

진혜경 씨, 라틴댄스의 남성 리드 관행을 바꿔보고 싶다는 이은주 씨

를 비롯한 혼성 5인조,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고 미스코리아 꿈을 접

었지만, ‘무거운 연장’(목발)을 기피하는 방송 관행에 반기를 들고자

출전했다”는 청주 연희노래봉사예술단 정연희 단장과 그의 고수로 종

종 ‘오빠’로 불릴 정도로 남자로 오인받는 전보명 씨, 남성 위주의

힙합에 도전하고자 출전한다는 여성래퍼 이효인과 김보미 씨, 호주제

를 반대해 성을 안쓴다는 아라 씨를 비롯한 호주제폐지를위한시민의모

임 활동가 3명 등 저마다 소신 있는 출전론을 펼친다.

또한 박문세원 씨는 친구와 함께 주최측이 내건 신장 155cm 이하,

사이즈 77 이상의 조건에 맞춰 다이어트의 폐해를 알리는 퍼포먼스를

준비중이다. 특히 충북여성장애인회를 이끌고 있는 청각장애인 이영미

회장은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꾸밈없는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어

‘인공나무’적인 미스코리아대회와 다르다. 무엇보다 어둠 속에 묻혀

있는 여성 장애인들이 이제 환한 햇살 아래 나오라고 수화노래팀을 결

성해 참여한다”고 밝혀 감동을 선사했다. 이들 외에도 천주교 여성

수도자들도 비디오 테이프를 통한 참가의사를 밝혀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출전자들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연극인 이영란 교수(동아대)는 여

자들이 DDR을 하며 제삿상을 뒤엎어 남자귀신이 혼비백산 도망치고,

기존 마술쇼와 달리 남자들이 여자 마술사의 화살과 칼날을 피하는 해

프닝을 보여주는 등 “실제 사이즈뿐만 아니라 자기 주장과 사상도 극

히 자유롭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출연진의 해방감을 관객이 공유하게

하는 것이 기본 컨셉”이라고 설명한다.

박옥희 '이프' 발행인을 비롯, 영화배우 명계남, 여성학자 장필화,

여성연합 지은희 대표, 이미경 국회의원 등 각계 각층 12명이 페스티

벌 추진위원을 맡았고, 이혜경 여성문화예술기획 대표를 격려단장(심

사위원장)으로 최보문 정신과전문의, 최보은 '케이블 TV' 편집장, 황

우선 전년도 최연소 출전자 등 11명이 심사에 참여한다. 시상은 대상

인 안티미스코리아상 외에도, 웃자·뒤집자·놀자 본상, 자매애상·정

치상·이프가 뽑은 아름다운 사람상 특별상이 있다. 영화평론가 유지

나, 영화감독 변영주 씨가 전년도에 이어 진행을 맡는다.

(02)708-4549, 1588-3888 antimk.gazio.com

'박이 은경 기자 pleu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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