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일 ‘여성대상 강력범죄 및 동기 없는 범죄 종합대책’ 발표
젠더 폭력 예방책은 없고 가해자 처벌 등 사후조치 강화
정신장애인 인권 침해 우려되는 대책도
여성연합 “근시안적 반인권적 ‘종합대책’ 대폭 수정하라”
정부가 1일 ‘여성대상 강력범죄 및 동기 없는 범죄 종합대책’을 공표했다. 하지만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등의 근원으로 지목된 성차별적 사회 구조와 만연한 혐오를 근절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근시안적이고 반인권적인 대책을 내놓았다”는 비판이 거세다.
종합대책의 주요 내용은 ▲CCTV 확충 ▲신축 건물의 남·여 화장실 분리 설치 의무 대상 범위 확대 ▲여성 상대 범죄자에 대해 법정 최고형 구형 ▲여성대상 강력 범죄자에 대한 가석방 심사 강화 ▲중증 정신질환자 조기 발견을 위해 조기 정신증이 처음 발병하는 청소년·대학생을 대상으로 학교 기반 조기 발굴 체계 마련 ▲정신질환자에 대한 응급입원조치, 행정입원 요청 ▲정신질환이나 알코올 중독을 겪고 있는 수형자·소년원생 등에 대한 전문 치료 시스템 마련 등이다.
빈발하는 ‘여성혐오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한 대책이라기보다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 위주다. 또 시민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신장애인의 인권 침해 소지가 높은 대책도 다수 내놨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성연합)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이번 대책은 여성 대상 ‘혐오 혹은 증오범죄(hate crime)’이자 ‘여성 살해 범죄(femicide)’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며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 위한 ‘처벌 강화’ 중심의 근시안적 대책만을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가기관이 나서서 사회적 소수자인 정신장애인을 사회적으로 격리, 배제하고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고 있다”며 “정부는 가해자의 정신질환을 들먹이며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한국사회의 사회적 소수자인 정신장애인을 사회에서 배제, 격리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성연합은 “젠더폭력의 핵심인 성차별적 사회구조와 인식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여성들이 요구하는 것은 ‘가해자 처벌 강화’가 아니다. 남성중심사회 속 오랫동안 일상에 존재해 온 여성에 대한 편견, 무시, (성적) 대상화, 제도적 차별, 폭력에 대한 해결이다”라고 강조했다.
여성연합은 정부에 종합대책 수정을 요구하는 한편, 한국사회의 젠더 폭력 해결을 위해 시급히 마련해야 할 제도로 △포괄적 차별 금지법 제정 △몰래카메라 유통 사이트 처벌 법제화 △스토킹 범죄 처벌 법제화 △가정폭력 목적조항 개정 및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폐지 △초·중·고 ‘정규 과목’으로 젠더·인권 교육 실시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