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가락동 스토킹 살인사건 2차 공판 열려...살인범 "관계 회복 위해 노력했다"

'살인범 한씨 엄중하게 처벌해달라' 탄원서 2만명 넘어

 

가락동 스토킹 살인사건 2차 공판이 7월 18일 오후 서울동부지방법원 5호 법정에서 열렸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가락동 스토킹 살인사건 2차 공판이 7월 18일 오후 서울동부지방법원 5호 법정에서 열렸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살인범 한씨(32)는 이별을 요구한 여자친구를 두 달 만에 잔인하게 살해했지만, 그동안 협박이나 스토킹은 하지 않았고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한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피해자 측은 18일 재판에 앞서 “한씨가 변호사를 4명이나 고용한 이유도 이같은 주장을 입증해 형량을 낮추기 위해서인데, 우리는 형편이 안돼 변호사를 구하지 못했다”며 법정에 들어섰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스토킹 살인사건 2차 공판이 18일 오후 3시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렸다. 한씨가 지난 4월 19일 헤어진 여자친구 김씨 가족의 집을 출근시간에 찾아가 도망치는 김씨를 아파트 야외 주차장에서 회칼로 수 차례 찔러 살해한 사건이 벌어진 지 3달 만이다.

이날 재판에는 원고측 증인 4명이 출석해 피해자가 생존 당시 피고인으로부터 협박과 감시에 힘들어했다고 진술했다. 반면 피고인의 변호인들은 이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며 검사의 공소사실을 반박하는데 주력했다.

살인범은 현재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상태지만 고인이 된 김씨의 주변인과 증인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상당했다. 특히 피해자의 직장 동료들은 피해자가 겪은 피해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입장이지만 살인범 한씨의 보복이 두려워 증인 참여는 물론 진술서 작성조차 응하지 않았다.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자의 친구들 또한 법정 내에서 살인범 한씨가 자신의 얼굴을 볼 것이 두려워 대면을 피하기 위해 법관 통로로 증인이 출입할 수 있도록 법원에 요청했고 허가를 받았다. 또 한씨가 증인을 볼 수 없도록 차폐시설(가림막)을 설치해 차단했다.

증인들의 진술에 따르면 사망한 피해자 김씨로부터 한씨와 교제 당시 과도한 집착 때문에 자주 싸웠다는 말을 들었다. 이 때문에 교제를 한지 8개월째인 2월 말부터 피해자는 한씨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 무렵 한씨는 수술비 명목으로 피해자에게 340만원을 빌렸다. 이후 한씨는 돈을 갚겠다는 명분으로 피해자에게 직접 만날 것을 요구했다. 피해자는 계좌 입금할 것을 요구했으나 살인범은 직접 주겠다고 우겨 피해자를 불러냈고 차에 태워 한강 다리 위로 올라갔다. 다리 중간 쯤에서 차를 세운 한씨는 피해자에게 USB에 담긴 동영상을 퍼뜨리겠다며 협박하고, 340만원은 이별에 대한 위자료를 받은 것이라며 돌려받을 생각을 하지 말라고 했다. 또 ‘전 여자친구는 죽이려다 다리만 부러뜨렸지만 너는 실패하지 않겠다’, ‘가족들 어디 사는지 알고 있고 다 죽이겠다’는 등의 말을 했다.

증인에 따르면 이같은 협박을 당한 피해자는 극도의 공포에 시달리며 일주일 간 직장인 치과에 출근하지 못하고 실어증에 걸렸다. 가족들에게는 한씨가 무서운 사람이니 빌려준 340만원은 포기하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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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동 스토킹 살인사건 2차 공판이 7월 18일 오후 서울동부지방법원 5호 법정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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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피해자 아버지, 살인 한달 전 집에 찾아온 한씨에게

"스토킹 그만하고 시간갖고 마음 다스려 보라…정 힘들면 소주 한잔 사겠다”

집앞에서 한씨가 피해자를 감시하던 기간에 피해자 가족과 한씨 사이에는 진지한 얘기도 오갔다. 피해자 아버지와 남동생의 진술에 따르면 3월 12일 아버지가 딸을 보호하기 위해 직장에 태워주러 집을 나서자 집 앞에 한씨의 차가 서 있었는데, 돌아오니 없었다. 딸이 출근했으니 한씨도 떠났다고 생각했는데 현관 초인종이 울렸고, 한씨가 사과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문을 열어 한씨를 집안에 들인 후 딸이 힘들어한다며 스토킹을 그만 하고 보름 정도 시간을 갖고 마음을 다스려보라고 권했다. 그 후에도 정 힘들다면 소주 한잔 살테니 얘기 나누자고 달래서 돌려보냈다. 그 후 스토킹이 중단되는듯 했으나 나흘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시작됐다.

반면 피고측 변호사들은 증인 진술이 신빙성이 낮음을 지적하기 위해 진술서에서 사실 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대목을 하나하나 반대 신문했다. 또 증인들에게 피해자와 만난 날과 피고인와 피해자의 교제 날짜 등 사실 관계를 구체적으로 질문했다.

또 피고측은 살해 전 협박한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3월 12일 피고가 집으로 찾아갔을 때도 피해자 아버지에게 사과했던 내용은 340만원을 갚지 않겠다는 발언에 대한 것일 뿐, 협박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그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휴정없이 계속된 증인 신문은 2시간 30분 만에 마무리됐고, 다음 재판 날짜는 8월 9일로 정해졌다.

재판을 마친 후 피해자 아버지의 얼굴에는 낙담한 기색이 역력했다. “피고측은 변호사를 4명이나 고용해 준비를 철저히 하고 법정에 나왔는데, 우리는 형편상 변호사도 못구했다. 재판이 피고측으로 흘렀다”며 울분을 토했다. 특히 “재판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법정 증인도 처음 서보니 피고측 변호사의 질문 하나하나에 휘둘릴 수밖에 없어 너무 속상하다”고 했다.

이후 재판부터는 법무법인 지평이 원고 측을 위해 무료 변론을 맡기로 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지평의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역할을 했다. 지평의 구정모 변호사는 “이번 증인 진술에서 부족한 부분은 피해자 의견서 형태로 제출해 법원에 제출하겠다”고 원고 측에 안내했다.

한편 이번 가락동 스토킹 살인 사건에 대해 재판장에게 탄원서를 제출한 시민이 2만명을 넘었다. 피해자 어머니는 “2만명이 도와주실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정말 감사하다. 그분들이 탄원에 동참해주신 이유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뜻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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