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 유치원  교사 적용

사립 어린이집과 학원은 제외

 

금품 주고받은 학부모-교사

모두 처벌 받는 쌍벌제

 

1000원짜리 음료수도

성적, 수행평가와 관련되면

사교나 의례 목적 벗어나므로

김영란법 위반 “처벌 대상”

 

[왼쪽 삽화] 학부모가 담임교사에게 5000원짜리 모바일 상품권을 주는 경우 성적, 수행평가와 관련돼 있다면 원칙적으로 처벌 대상이다. 하지만 마음의 표시일 수도 있으므로 일률적으로 된다, 안 된다고 말할 수 없다. [오른쪽 삽화] 학교 예산으로 녹색어머니회 등 학부모 단체 관계자와 담당교사가 식사하는 경우 1인당 3만원 범위 내에서 식사하는 것은 가능하다. 단 학부모들이 돈을 걷어 학교 관계자에게 회식비를 주거나 담당교사와 식사하는 것은 직무관련성이 있어 처벌 대상이다. ⓒ김성준
[왼쪽 삽화] 학부모가 담임교사에게 5000원짜리 모바일 상품권을 주는 경우 성적, 수행평가와 관련돼 있다면 원칙적으로 처벌 대상이다. 하지만 마음의 표시일 수도 있으므로 일률적으로 된다, 안 된다고 말할 수 없다. [오른쪽 삽화] 학교 예산으로 녹색어머니회 등 학부모 단체 관계자와 담당교사가 식사하는 경우 1인당 3만원 범위 내에서 식사하는 것은 가능하다. 단 학부모들이 돈을 걷어 학교 관계자에게 회식비를 주거나 담당교사와 식사하는 것은 직무관련성이 있어 처벌 대상이다. ⓒ김성준

내달 28일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학교현장에도 많은 변화가 뒤따를 전망이다. 헌법재판소 위헌 소송 당시 소송 주체로 사립학교 관계자가 나선 데서 알 수 있듯 김영란법이 일선 초중고에 가져올 파급효과는 크다. 교육계에선 대체로 “학교에서 선물을 주고받는 관행을 엄격하게 금지하곤 있지만 일부 학교에선 여전히 입학, 성적, 수행평가를 둘러싼 부패가 남아 있는 상태 아니냐”며 “김영란법은 교단 비리를 없애는데 일조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미 서울시교육청이 10만원만 받아도 해임·파면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조희연법)를 시행 중이지만 사립학교는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다. 수백만원의 촌지를 받고도 사립학교인 서울 계성초교 교사 2명이 1심에서 무죄를 받아 비판을 받았다(2심은 유죄).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사립학교가 포함된 것이 주목받는 이유다. 김영란법은 ‘각급 학교의 장과 교직원, 학교법인 임직원’이 대상이다. 유치원 교사와 초중고 기간제 교사, 국공립 어린이집은 적용 대상이다. 단, 사립 어린이집과 학원은 해당되지 않는다.

일선 교사들 사이에선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중2 딸을 둔 한경은씨(51·서울 목동)는 “아이 문제로 학교에 상담하러 갈 때 빈 손으로 가야 선생님이 편하실 테니 오히려 부담없다. 작은 선물도 준비 안할 명분이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김영란법은 크게 두 줄기로 나뉜다. 부정청탁과 금품 수수다. 금품을 주고받은 학부모와 교사가 모두 법적 처벌을 받는 쌍벌제라는 점이 핵심이다. 대가성이 없더라도 직무관련자에게 부정청탁을 했다면 준 사람과 받은 사람 모두 처벌을 받는다. 뇌물이 100만원 이하면 과태료, 그 이상이면 형사처벌 대상이다. 김덕희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 사무관은 “김영란법을 ‘더치페이법’이라 부르는데 이제 학교현장에도 더치페이(각자 내기)가 자연스럽게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예외규정도 있다. 원활한 직무 수행 또는 사교, 의례,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 경조사비, 선물 등으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가액 범위 안의 금품을 허용한다는 ‘3·5·10 상한액(식사대접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이 예외규정으로 돼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따져보자. 우선 교사 A씨가 학부모 B씨로부터 수행평가 점수를 올려달라거나 생활기록부를 좋게 써달라는 청탁과 함께 150만원을 받은 경우 A, B씨 모두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공립학교 교사는 뇌물죄에도 해당된다. 만약 금품을 주고받지 않고 부정청탁만 했다면 학부모는 제3자인 자녀를 위해 개인이 청탁한 것으로 판단해 2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점수를 올려준 교사는 공직자에 해당되므로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교사 A씨가 자녀의 수학 점수가 낮아 대학 진학이 어렵게 되자 동료교사 B씨에게 수학점수를 올려달라고 한 경우 A씨는 제3자를 위한 부정청탁을 한 공직자에 해당되므로 3000만원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동료교사 B씨가 부정청탁을 들어준 경우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단, 학생은 직접 청탁을 하지 않았으므로 처벌받지 않는다.

김영란법에도 재미있는 대목이 있다. 바로 학생이 교사에게 “성적 좀 올려주세요”라고 부탁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진짜로 성적을 올려줄 경우 교사는 처벌 대상이다.

학부모가 스승의 날에 촌지 10만원을 줬을 경우 학부모, 교사 모두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담임교사와 학부모의 접촉은 직무관련성이 있는 데다 자녀 성적과 직결돼 부정청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은 “5만원 이하 선물이라도 성적이나 수행평가 등과 관련돼 있으면 사교나 의례의 목적을 벗어나는 것이므로 금지 사항”이라고 말했다. 김영란법에선 교장, 교감, 담임교사, 교과목 교사는 모두 직무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일부 언론은 학부모가 자녀의 작년 담임교사에게 10만 원짜리 물건을 선물할 경우 직무관련성이 없어서 괜찮다고 보도했지만 권익위는 “작년 담임교사도 언제나 가액기준 이하의 선물이 허용된다고 할 수 없으며 성적, 수행평가 등과 관련성이 있다면 학부모로부터 선물을 받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또 녹색어머니회 등 학부모 단체에서 돈을 모아 학부모들이 식사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학부모들이 돈을 걷어 학교 관계자에게 회식비를 주거나 담당교사와 식사를 하는 것은 직무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김영란법을 어긴 것이 된다. 행사를 마친 후 학교 예산으로 1인당 3만원 범위 내에서 학부모와 담당교사들이 식사하는 것은 가능하다. 특히 직무관련성이 있어도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대접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김영란법에선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한 공식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 숙박, 음식물 등”은 처벌 예외대상으로 돼 있다.

일부 언론에선 학부모가 담임교사에게 5000원짜리 모바일 상품권을 주는 경우 과태료 부과 대상이라고 보도됐지만 권익위는 다소 다른 해석을 내놨다. 권익위는 “김영란법에선 성적, 수행평가와 관련되면 단 1000원짜리 음료수라도 원칙적으로 주면 안 된다. 하지만 마음의 표시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된다, 안 된다고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학부모가 학년초 상담을 위해 담임교사를 만나면서 박카스 한 박스나 1000원짜리 음료수를 사다줬을 때도 마찬가지다.

또 제자들이 “선생님, 커피 드세요” 하면서 교탁 위에 갖다 놓는 음료수나 1000원씩 돈을 모아 간단한 선물을 하는 경우도 부정청탁 유형에 해당되는 성적, 수행평가와 관련돼 있느냐 여부가 위법을 가르는 기준이다. 다만 권익위는 “학부모나 학생들이 10만원짜리 공연 티켓을 교사에게 선물하는 경우 김영란법을 어긴 것이 된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조희연법’은 더욱 엄격하다. 스승의 날이나 졸업식, 입학식 등 공식적인 학교행사에서 교사가 학부모나 학생들로부터 간단한 케이크나 꽃다발을 받는 것은 허용된다. 그러나 제자가 1000원짜리 음료수를 주는 것도 대가성이나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해 허용하지 않는다. 이는 행동강령 위반으로 징계 대상이다. 시교육청이 학년초마다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교에는 마음만 갖고 오세요”라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이는 이유다.

수행평가를 앞두고 교사의 남편이 학부모로부터 선물 받은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치자. 배우자는 엄연히 김영란법에 적용되는 공직자 가족의 범위다. 당연히 부정청탁에 해당하고 금액이 100만원을 넘었으면 형사처벌 대상이다. 다만 교사가 몰랐을 때는 처벌 대상이 아니며, 배우자도 처벌 대상이 아니다. 시교육청 행동강령에선 배우자가 받은 경우 교사가 몰랐어도 징계 대상이다. 교사 자신이나 배우자가 금품을 받았을 때는 즉시 돌려주고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교단의 혼란을 막기 위해 교육부는 김영란법 안내자료 제작에 나설 방침이다. 또 서울시교육청은 학교행동강령 책임관인 교감을 대상으로 연수를 마친 후 학부모 가정통신문을 통해 김영란법의 입법 취지와 주요 내용을 알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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