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2년간 임기… 이공계 주요 학회 첫 여성 회장

학회 내 여성 비율 17%뿐 “ICT 기반한 산업구조에선

섬세함과 유연함 지닌 여성들이 더욱 유리”

 

대한수학회 설립 70년만에 첫 여성 회장으로 선출된 이향숙 이화여대 수학과 교수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산업수학이 활발한데 비해 한국은 갈길이 멀다”며 “산업수학 활성화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대한수학회 설립 70년만에 첫 여성 회장으로 선출된 이향숙 이화여대 수학과 교수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산업수학이 활발한데 비해 한국은 갈길이 멀다”며 “산업수학 활성화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한국은 수학 선진국에 근접해 있을 만큼 경쟁력이 있어요. 수학자들의 능력을 적극 활용해서 미래를 개척해야죠. 그런 면에서 정부가 수학 지식이나 이론을 활용해 공공 문제나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산업수학’ 육성에 나선 것은 무척 반가운 일입니다.”

대한수학회 설립 70년만에 첫 여성 회장으로 선출된 이향숙(53) 이화여대 수학과 교수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산업수학이 활발한데 비해 한국은 갈길이 멀다”며 “2년 임기 동안 산업수학 활성화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내년 1월부터 신임 회장으로 임기를 시작한다. 이공계 주요 학회의 첫 여성 회장이라 각오가 남다르다. “대한수학회 회장 선거에 여성이 출마한 것도 처음이예요. ‘표를 너무 못 받으면 어떡하나’ 하고 내심 걱정했는데 주변의 권유를 받고 용기를 냈지요.”

이 교수는 한국여성수리과학회,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임원으로 여성 과학기술인들의 권익 향상에 힘썼고 과학기술단체, 정부위원회로 활동 범위를 넓혀 과학기술정책 개발을 위해 일하면서도 여성 이슈에 늘 관심을 갖고 대응해왔다. 2014년 세계수학자대회 개최 당시 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대외활동을 잘해낸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해외 수학회도 여성 회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130여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수학회도 역대 여성회장은 단 2명 뿐이다. 또 150년 역사의 영국수학회도 2명의 여성학회장을 거쳐 차기회장(캐롤라인 세리즈 워익대 교수)이 여성으로 선출됐다.

그는 “아직은 수학회 내 여성 학자 비율이 17%에 불과하지만 ICT에 기반한 산업구조로 바뀌면서 섬세함과 유연함을 지닌 여성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졌다”며 “여성 수학자들이 갈수록 늘고 역할도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향숙 이대 수학과 교수는 대한수학회 선거 당시 ‘세상의 중심에 수학을 세우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고 선거운동을 벌였다. 수학의 사회적 역할 확대에 힘쓰겠다는 다짐이다. ⓒ이정실 사진기자
이향숙 이대 수학과 교수는 대한수학회 선거 당시 ‘세상의 중심에 수학을 세우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고 선거운동을 벌였다. 수학의 사회적 역할 확대에 힘쓰겠다는 다짐이다. ⓒ이정실 사진기자

지난 2월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된 ‘미래의 직업’ 보고서에 따르면 새로 생기는 직업 200만개 중 약 20%가 수학·컴퓨터 분야의 일자리였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 현재 진행 중인 가운데 수학․컴퓨터와 관련한 41만여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만들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미래 신성장 동력 개발과 기술 혁신에서 수학이 핵심 역할을 맡는 ‘수학 르네상스 시대’가 개막했다는 전망도 많다.

이 교수는 선거 당시 ‘세상의 중심에 수학을 세우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고 선거운동을 벌였다. 수학의 사회적 역할 확대에 힘쓰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수학자들이 연구실에서 논문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학 지식이나 이론을 사회 발전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구글, 페이스북은 IT 기업 성격이 강하죠. 예전의 제조업 기반 산업구조와는 큰 차이가 있어요. ICT에 기반한 산업구조에선 알고리즘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알고리즘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학문이 수학입니다. 구글의 핵심 검색 알고리즘인 페이지랭크도 수학적 이론을 기본으로 만들어졌고, 개발자 중 한 명이 응용수학자였지요.”

이 교수는 “예전과 달리 요즘은 수학에 IT 기술을 바로 접목시키면 상품을 개발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세상이 된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수학이 사회에 기여하는 역할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수학으로 일자리가 창출된다”며 거듭 강조했다. “미국의 석유회사 엑손모빌은 수학적 알고리즘을 개발해서 석유 매장지를 탐사했어요. 산업수학은 창조경제와도 닿아 있어요. 한국이 국가경쟁력을 가지려면 수학자들의 능력을 활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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