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판전쟁] 어린이집 교사는 5분 안에 점심 식사를 해야 한다
[식판전쟁] 어린이집 교사는 5분 안에 점심 식사를 해야 한다
  • 정치하는엄마들 (문경자 활동가)
  • 승인 2020.10.27 10:15
  • 수정 2020-10-27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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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교사 휴게시간 해결책 "현장 안에 답이 있다"

오늘의 식단표를 확인한 후 한숨을 쉰다. 아~ 오늘도 점심시간이 힘들겠구나. 

평소 아이들이 즐기지 않는 새로운 반찬이 나오면 아이들은 거부반응부터 보인다. 그럼 교사는 아이 옆에서 조금이라도 맛을 볼 수 있도록 권유를 하지만 좀처럼 먹으려 들지 않는다. 그때부터 교사는 정말 맛있는 음식이라며 연기도 하고 달래가며 먹여준다. 그렇게 받아 먹기 시작하고 교사가 옆에서 도와주고 나머지 아이들 도시락까지 정리가 끝이 나면 교사의 점심은 이미 식어 버려, 대충 국에 밥을 말아 마셔버리고 끝이 난다. 난 어린이집 근무 후 지금까지 국물 있는 음식은 거의 먹지 않는다. 아니 먹지 않게 되었다가 더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직장인이라면 하루 중 점심시간만큼 행복하고 자유로운 시간이 또 있을까? 오늘은 뭘 먹을까 고민하고 디저트는 어디서 먹는 것이 좋을까하며 한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 그 자유로운 한 시간의 여유가 어린이집에는 없다. 하루 중 제일 바쁘고 제일 정신없고 제일 빨리 가버리는 시간. 우리에게 점심시간은 제일 몰입해서 끝내야 하는 시간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필자가 운영하는 ‘어린이집교사상담전문밴드’에 올라오는 글들을 읽어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필자가 운영하는 ‘어린이집교사상담전문밴드’에 올라온 글 ⓒⓒ정치하는엄마들
필자가 운영하는 ‘어린이집교사상담전문밴드’에 올라온 글 ⓒ정치하는엄마들

-만2세 교사입니다. 투 담임에 10명원아 중 스스로 잘 먹는 영아는 4명, 3명은 장난치고 소근육 발달이 더뎌 스스로 먹기가 안 되어 먹여주고, 잘 먹을 수 있는 아이 3명은 자기도 먹여달라고 손을 놓고 있어요. 내입에 밥 넣고 애들 입에 밥 넣다보면 20분 훌쩍 넘어가요. 참 밥맛이 없어요. 7분정도 걸리네요. 빨리 먹고 애들 먹는 것 도와야 하니까요.

-쟁반에 20인분 밥과 국, 반찬을 들고 계단을 올라갑니다. 무게가 엄청납니다. 식판으로 책상을 두드리는 영아들, 급하게 배식 후에 교사는 얼른 5분도 안되는 시간에 흡입을 한 후 스스로 안 먹는 영아들, 안 먹고 놀잇감 가지러 가는 영아들 데리고 와서 밥 먹는 거 도와줍니다. 식판정리 후 책상 닦기까지 끝나는데 총 30분 전쟁 같은 시간입니다. 휴~

-저는 만1세담임 입니다. 점심을 먹이고 아이들 놀이 하는 거 보면서 5분이면 식사 끝입니다. 습관이 돼서 모임에 가도 후루룩, 집에서도 후루룩 버릇이 되었네요.

-1세 아이들과 함께 있는데 편히 먹을 수 있을까요? 5분 안에도 먹을 수 있습니다. 잠깐 한눈팔면 식판 뒤집고 난리입니다. 돌아가며 떠먹여주고 특히 저 연령 위주로 먹여도 어떤 학부모님 CCTV보며 자기애는 왜 안 떠 먹여 주냐 다지는 것도 봤습니다. 같이 계신 쌤을 쭉 말아 흡입하시네요.

-저는 반 주걱 정도 양에 5분 안에 먹습니다. 소화력이 약해져 밥 양을 더 늘리면 수시로 체해서 단골 한의원에 갑니다.

-5세 15명입니다. 유아반이라 그런지 아이들 스스로 준비하고 먹고 저 또한 아이들 먹는 동안 밥 먹구요.  밥 먹는 중에 못 먹겠다고 들고 오면 잔반정리 하면서 한 10분정도 먹게 되네요. 뒷정리가 들쭉날쭉 이고 점심식사 배식하는 시간 다 포함해서 정리하고 나면 30~40분정도 소요되는 듯해요. 조리사 선생님 퇴근시간을 맞추다보니 더 그러네요.

위 글을 보면 영아반이라고 더 힘들고, 유아반이라고 덜 힘들고 그렇지 않다. 전국 모든 어린이집 점심시간이 거의 비슷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유독 소수가 그런 것이 아니다. 대체로 그렇다. 어린이집 점심시간을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보자.

아이들을 달래 먹이기 시작하고 교사가 옆에서 도와주고 나머지 아이들 도시락까지 정리가 끝이 나면 교사의 점심은 이미 식어 버려, 대충 국에 밥을 말아 마셔버리고 끝이 난다. ⓒ정치하는엄마들
아이들을 달래 먹이기 시작하고 교사가 옆에서 도와주고 나머지 아이들 도시락까지 정리가 끝이 나면 교사의 점심은 이미 식어 버려, 대충 국에 밥을 말아 마셔버리고 끝이 난다. ⓒ정치하는엄마들

오전활동이 끝이 나는 11시50분쯤, 교사는 아이들에게 점심 먹을 수 있도록 손을 씻고 도시락을 가져와 책상위에 올려달라고 하고, 아이들이 식판에 배식되는 동안 자연동화나 안전동화를 보여주며, 배식앞치마와 위생모를 쓰고 주방으로 향한다. 보조교사가 있다면 잠시 자리를 비우는 동안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지만, 원 담임 체제에서는 잠시 교실을 비우게 되기도 한다.  마음이 급한 교사는 적게는 5인분, 많게는 20인분이 넘는 식단을 한꺼번에 들고 교실로 오기도 하고, 두어 번 나눠 들고 오기도 한다. 교실로 들어와 아동별 도시락을 열어두고 밥과 국, 반찬을 먹기 좋게 잘라 나눠 배식한다. 스스로 먹을 수 있는 아동끼리 묶어주고, 언어적 촉구로 가능한 아동을 따로, 옆에서 직접 지원이 가능한 아동을 구분하여 자리를 잡아주고, 본격적으로 점심을 먹기 시작한다. 

영아반이나 장애아동반은 교사들이 직접 먹여주는 경우도 많으며, 유아반도 아동 스스로가 밥을 먹고 잔반 정리까지 하는 것은 힘들어해서 교사가 마무리까지 세심하게 도와줘야 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 밥 먹고 정리하는 시간이 지나면 이미 30분은 흘러갔다. 이때부터 교사의 식사가 시작되지만 양치컵을 들고 오는 아이들 치약을 짜주고, 양치까지 지원하고 나면 사실상 점심시간은 끝이 난다. 점심시간 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만큼 그 시간은 여유와는 상관없는 순식간이 된다. 이 시간 속에 교사가 앉아서 밥 한술 편히 뜰 수 있는 시간이 있을까? 

지난 2018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보육교사 휴게시간 보장’은 실제 보육교사에게 한 시간의 무료노동을 제공할 수 있는 근거마련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 악법이 시행되었다. 근로계약서에 ‘휴게시간’이라고 명시하고, 사실상 무료노동을 한 시간 더 하는 꼴이 되었다. 

휴게시간 보장을 위해선 반드시 대체인력이 투입 되어야 함에도 그 몫은 어린이집으로 고스란히 넘겨버렸다. 당시 정부는 보조교사 6000명을 추가 배치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4만개가 넘는 어린이집에 고작 6천명이라니. 지금도 반 당 보조교사 없이 담임 혼자서 모든걸 책임져야 하는 어린이집이 얼마나 많은데 법은 늘 현실과 동떨어져 나가고 있다.

어린이집 점심시간이 지금보다 유연하게 흘러가고 교사들도 편하게 밥 한술 먹을 수 있으려면 대체인력확보도 중요하지만, 교사 대 아동비율도 낮춰야만 가능하다. 교사 한명이 돌봐야 하는 아동의 수가 너무 많다. 0세반 3명, 1세반 5명, 2세반 7명, 3세반 15명, 4~5세반 20명, 장애아반 3명, 거기다 초과보육허용에 원장담임겸직까지 포함시키면  교사 한명이 감당 할 몫이 너무 크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 한 가지. 어린이집 점심시간은 보육교사의 휴게시간이 아니다.

현장 안에 답이 있다. 
이번 글을 쓰게 된 계기를 교사들과 공유하였더니 이런 대안을 제시해준다.
1. 점심시간 바라지 않아요.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주세요.
2. 말로만 휴게시간, 8시간 연속 근무 후 퇴근이 답 이예요.
3. 제발 보조교사 한명 지원해 주세요.
4. 교사 대 아동비율 좀 낮춰주세요. 혼자하기 힘들어요.
5. 원장님과 같은 반 너무 힘들어요. 혼자 다 보고 있어요. 원장담임겸직 폐지해 주세요.

답이 뻔한데, 보육환경은 변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보육교사 처우개선을 이야기하는 관계자들이 가증스럽다. 

어린이집의 하루하루는 아이에게도 교사에게도 즐거움이어야 한다. 그 즐거움의 중간에 점심시간이 빠질 수 있을까? 먹는 즐거움. 나누는 즐거움. 이야기하며 같이 먹는 즐거움. 그 즐거움을 언제쯤 맛볼 수 있을까?

이미 식어버린 식판을 정리하며 물 한 컵을 들이킨다. 얘들아! 내일은 제발 잘 먹어주길 바래. 

*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이자 어린이집교사인 문경자 씨는 ‘어린이집교사상담전문밴드’를 운영하며, 보육정책의 흐름에 대해 공유하고, 공공운수노조보육지부 운영위원으로 보육이슈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인권보육실현을 위해 작게나마 실천하는 엄마입니다. 

*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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