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한 엄마’ 뒤에는 ‘비정한 사회’가 있다

당근마켓 어플리케이션 캡처. ⓒ여성신문·뉴시스<br>
당근마켓 어플리케이션 캡처. ⓒ여성신문·뉴시스 

인터넷에 ‘비정한 엄마’라는 말을 검색하면 수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아기를 버린 엄마, 아이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엄마, 아이를 방치한 엄마, 그리고 중고 물품을 거래하는 어플 ‘당근마켓’에 신생아 판매글을 올린 엄마까지.

지난 10월 16일, 당근마켓에 ‘아이 입양합니다. 36주 되었어요’라는 판매 글과 아기의 사진이 올라왔다. 곧 해당 글은 언론 기사를 타게 되었고 아기를 판매하려고 한 ‘비정한 엄마’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여성이 처한 상황은 한참 후에야 알려졌다. 그는 아기를 낳기 직전까지 임신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보호자 없이 산부인과를 찾았고, 아기의 생부는 출산 당일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여성이 커다란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한 해 베이비 박스에 도달하는 아기는 200명이 넘는다. 출생신고를 의무화한 입양법 때문에 출생신고 없이 베이비 박스에 들어간 아기들은 입양조차 어렵다. 그 마저도 운 좋은 아이라 불릴 때가 많다. 2018년 한 해 동안 유기된 아동만 320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아기를 버리는 비정한 엄마’에 대한 소식은 주기적으로 언론에 오르내리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상상과는 다른 모습의 여성들을 발견할 수 있다. 고등학생인 여성, 아기를 키울 수 있는 형편이 되지 않는 여성, 하혈을 하며 베이비 박스를 찾는 여성 등. 어쩌면 당근마켓에 신생아 판매글을 올린 여성도 비슷한 모습일지 모른다.

기사를 읽으며 아이의 생부에 대해 생각했다. 그는 여성이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한 후 아이를 당근마켓에 올리기까지 기사 속에서 단 한 번도 등장한 적 없다. 그랬기에 그는 ‘비정한 아빠’가 되지 않았다. ‘당근마켓 신생아 판매사건’ 그 어디에도 남성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비정한 엄마’의 그림자 속에 숨은 채 세상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었다. 온전히 모든 책임을 여성이 짊어지는 것, 사회에서 항상 반복되는 일이다.

‘비정한 엄마’ 대신 한 사람의 여성을 조명한다면 다른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아직도 한국 사회에는 ‘낙태죄’가 존재한다. 한 부모 가족 10명 중 7명은 양육비를 전 배우자로부터 받지 못한다. 비혼 여성이 출산을 할 때 돌아오는 낙인과 차별은 여전히 공고하다. 경력 단절과 성별 임금 격차, 해고 1순위의 여성은 먼 이야기가 아니다. 유치원은 미어터지고, 아이와 외출하면 ‘맘충’이 된다. 독박육아와 부족한 돌봄 지원이 발목을 잡는다. 여성은 누군가의 엄마로 불리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가기 너무 어렵다.

평범한 여성으로서 그가 무엇을 선택할 수 있었을지 되묻고 싶다. 비정한 사람은 누구인가. 어떠한 선택이 조명되고 어떠한 처지가 무시되는가.

동전의 양면처럼 ‘비정한 엄마’ 뒤에는 ‘비정한 사회’가 있다. ‘비정한 엄마’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비정한 사회’를 바꾸는 일이다. ‘비정한 엄마’를 손가락질하기 전, 선택지가 없었던 한 여성의 이야기에 많은 이들이 마음 아파하기를 바란다. 우리가 나아갈 미래가 한 개인에 대한 손가락질이 아닌 치열한 고민과 공감으로 열리길 바란다. ‘낙태죄’의 폐지, 입양법 개정, 불평등과 모욕을 시정하는 조치들. 지금의 충격이 여성의 선택지를 늘리는 결정들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기본소득당 신민주 후보. ⓒ신민주 선거캠프 제공
신민주 기본소득당 서울상임위원장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