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성은 진상 혹은 멍청이? 조달청 홍보만화 ‘여성 비하’ 논란
[단독] 여성은 진상 혹은 멍청이? 조달청 홍보만화 ‘여성 비하’ 논란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0.11.12 12:01
  • 수정 2020-11-12 2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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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2018년 조달청 정책홍보만화 55편 살펴보니
여성 조롱·희화화하고 남성은 주도적·합리적
조달청, 지적받자 해당 만화 삭제
2013~2018년까지 조달청과 나라장터 홈페이지에 공개된 정책 홍보만화 55편 중에는 여성을 조롱하거나 희화화하고, 성별 고정관념을 확대 재생산하는 등 성차별적 묘사가 포함된 만화가 여럿이었다. ⓒ홈페이지 캡처
2013~2018년까지 조달청과 나라장터 홈페이지에 공개된 정책 홍보만화 55편 중에는 여성을 조롱하거나 희화화하고, 성별 고정관념을 확대 재생산하는 등 성차별적 묘사가 포함된 만화가 여럿이었다. ⓒ홈페이지 캡처

여성은 말이 안 통하는 ‘진상’이거나, 세상 물정을 몰라 남성의 도움이 필요한 열등한 존재? 조달청이 ‘여성비하’ 정책 홍보 만화를 다수 제작·공개해온 일이 뒤늦게 드러났다.

2013~2018년까지 조달청과 나라장터 홈페이지에 공개된 정책 홍보 만화 55편을 살펴보니, 여성을 조롱하거나 희화화하고, 성별 고정관념을 확대 재생산하는 등 성차별적 묘사가 포함된 만화가 여럿이었다. 남성은 주도적·합리적으로 그려진 반면, 여성은 종속적·비합리적으로 묘사됐다. 홍보 내용과는 무관하게 여성의 신체를 강조하는 묘사도 있어, 공공기관 공식 홍보 만화라고는 믿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조달청 나라장터 홈페이지 ‘네트워크론 이용안내’ 만화 ⓒ홈페이지 캡처
조달청 나라장터 홈페이지 ‘네트워크론 이용안내’ 만화 ⓒ홈페이지 캡처

조달청 나라장터 홈페이지 ‘네트워크론 이용안내’ 만화엔 여성 2명이 등장한다. 몸매를 강조하는 옷차림에, 한 여성은 남성에게 치근대다가 연거푸 소금을 맞는 등 ‘진상 소비자’의 행태를 보인다. 홍보하는 정책 내용과는 무관한 묘사다.

조달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정책만화 54편 중에도 여성비하적인 만화가 여럿이다. 2013년 11월 공개된 ‘중소기업 제품 구매의 여왕 짱여사’ 편은 여성 인물들을 비상식적이고 말이 안 통하는 ‘진상 소비자’로 그린다. ‘중소기업 지원 정책 홍보’와는 무관한 묘사다.

조달청 ‘중소기업 제품 구매의 여왕 짱여사’ 편 ⓒ홈페이지 캡처
조달청 ‘중소기업 제품 구매의 여왕 짱여사’ 만화 ⓒ홈페이지 캡처

같은 해 10월 공개한 ‘세 여인과 국유재산’ 편에선 배우 김부선 씨를 연상케 하는 여성 ‘안부선’ 씨가 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이 여성 역시 국립공원의 경치가 마음에 드니 집을 짓고 살겠다고 주장하는 비상식적인 인물로 그려졌다. 당시 이슈였던 ‘이재명-김부선 스캔들’에 착안한 듯하나, 정책 내용과 무관하고 불필요한 묘사라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조달청 ‘세 여인과 국유재산’ 만화 ⓒ홈페이지 캡처
조달청 ‘세 여인과 국유재산’ 만화 ⓒ홈페이지 캡처

같은 해 9월 공개된 ‘민간도 나라장터로 전자입찰을! 조달 엔터테인먼트’ 편에도 배역 설명을 제대로 듣기도 전에 ‘난 이런 거 모른다, 어렵다’며 대역을 쓰겠다고 우기는 여성 인물이 등장한다. 2014년 2월 공개한 ‘민원사랑’ 편도 여성을 불필요하게 희화화한다. 정책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여성을 진정시키는 일은 남성 인물의 몫이다. 이 만화들은 조달청 공식 네이버 블로그에도 버젓이 게시돼 있다.

조달청 ‘민간도 나라장터로 전자입찰을! 조달 엔터테인먼트’ 만화 ⓒ홈페이지 캡처
조달청 ‘민간도 나라장터로 전자입찰을! 조달 엔터테인먼트’ 만화 ⓒ홈페이지 캡처
조달청 ‘민원사랑’ 만화 ⓒ홈페이지 캡처
조달청 ‘민원사랑’ 만화 ⓒ홈페이지 캡처

업무상 조달청 웹사이트를 자주 사용한다는 A씨는 “제도를 설명하는데 굳이 여성을 희화화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고, 여성을 표현하는 방식이 문제가 있다”며, “우리 업체에 불이익이 있을까 봐 공개적으로 문제제기하긴 어렵지만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달청 측은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해당 만화는 모두 삭제하고 직원 대상 성인지감수성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대변인실 관계자는 “당시 유행하던 TV 개그 프로그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그린 만화라고 하는데 지금 보니 부끄러운 수준임을 인정한다. 앞으로는 콘텐츠 제작에 더욱 신중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위 만화들은 12일 오전 모두 조달청 홈페이지와 블로그에서 삭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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