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고 만화 그리는 데이트폭력 생존자...‘피해자다움’은 없다
연애하고 만화 그리는 데이트폭력 생존자...‘피해자다움’은 없다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1.01.31 16:05
  • 수정 2021-02-03 2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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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고 춤추는 우리, 젠더폭력 피해자입니다]
[인터뷰] 데이트폭력 생존기 다룬 만화
『다 이아리』 펴낸 이아리 작가
그루밍성범죄 등 젠더폭력 예방 캠페인 펼치고
알콩달콩 연애·일상 만화도 인기
‘피해자다움’ 거부 행보

이어지는 기사 ▶ 여성 작가의 데이트폭력 생존기, 피해자들의 용기가 되다 www.womennews.co.kr/news/206966

웹툰 ‘다 이아리’의 한 장면. 이아리 작가는 데이트폭력 피해자들이 자신의 만화를 보고 이별이나 고소를 결심하며 용기를 낼 때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시드앤피드 제공
웹툰 ‘다 이아리’의 한 장면. 이아리 작가는 데이트폭력 피해자들이 자신의 만화를 보고 이별이나 고소를 결심하며 용기를 낼 때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시드앤피드 제공

이 작가는 데이트폭력을 고발한 웹툰 ‘다 이아리’ 이후로도 다양한 기관·단체와 손잡고 젠더폭력 인식개선 캠페인을 펼쳤다. 지난해 ‘탁틴내일’과 함께 그루밍 성범죄 인식 개선을 위한 단편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만들었다.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과 영화 현장의 성희롱 인식 개선 만화도 제작했다. 경남서부해바라기센터와는 디지털성범죄 인식 개선 만화를 작업했다.

이 작가는 “어린 학생들이 보기에 너무 무섭거나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경각심을 주는 만화를 그리려고 고민했다”며 “기관과 협업하면서 전문가들의 지식과 정보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서 좋다. 앞으로 더 많은 작업을 통해 여러 이슈와 생각해볼 만한 지점을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아리 작가는 2020년 경남서부해바라기센터와 디지털성범죄 인식 개선 만화를 만들었다. ⓒ이아리 작가 제공/경남서부해바라기센터
이아리 작가는 2020년 경남서부해바라기센터와 디지털성범죄 인식 개선 만화를 만들었다. ⓒ이아리 작가 제공/경남서부해바라기센터
이아리 작가가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과 함께 2020년 만든 영화 현장의 성희롱 인식 개선 만화 일부.  ⓒ이아리 작가 제공/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이아리 작가가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과 함께 2020년 만든 영화 현장의 성희롱 인식 개선 만화 일부. ⓒ이아리 작가 제공/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그루밍성범죄 등 젠더폭력 예방 캠페인 펼치고
알콩달콩 연애·일상 만화도 인기
‘피해자다움’ 거부 행보

여성, 아동 인권을 위해 꾸준히 목소리도 냈다. ‘n번방’ 등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공범들을 처벌하라는 만화,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가해자 엄벌과 재발 방지 촉구 만화 등을 그렸다. 얼마 전에는 여성단체 ‘WNC’ 주최로 지난 18~27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WOMAN’ 전시에 참여했다. 다른 여성 작가 7인과 함께 ‘여성의 검열’에 관한 작품을 선보였다.

‘일상툰’도 꾸준히 그린다. 2019년 말부터 알콩달콩 연애, 소소한 일상 얘기를 5~10컷 만화로 그려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매번 ‘좋아요’ 약 1만 건, 댓글 수백 개가 달린다. 댓글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조언과 격려를 주고받는다. 전형적인 ‘피해자다움’을 찾을 수 없는 행보다. 데이트폭력은 극복할 수 없는 치명적인 피해라는 편견, ‘진정한 피해자’ 상을 거부한다. ‘유아적인 연애를 전시하면서 데이트폭력을 다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이 작가 본인은 동의하지 않는다.

이아리 작가는 2019년부터 알콩달콩 연애, 소소한 일상 얘기를 5~10컷 만화로 그려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데이트폭력은 극복할 수 없는 치명적인 피해라는 편견, ‘진정한 피해자’에 대한 편견을 거부한다. ⓒ이아리 작가 인스타그램(@i_iary2) 캡처
이아리 작가는 2019년부터 알콩달콩 연애, 소소한 일상 얘기를 5~10컷 만화로 그려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그의 만화를 보다 보면 데이트폭력은 극복할 수 없는 치명적인 피해라는 생각이 편견에 불과함을 알게 된다. ⓒ이아리 작가 인스타그램(@i_iary2) 캡처

‘피해생존자’의 정체성을 갖고 젠더폭력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다뤄서 그런지, ‘페미니즘 이용해서 돈 벌려는 거냐’ 등 인신공격과 악플이 끊이질 않는다. “경찰은 제 얼굴이나 실명이 공개돼 있지 않아서 악플러 고소가 어렵대요. 그냥 차단하고 삭제해버려요. 듣고 싶은 말만 듣냐며 비꼬는 사람들은 무시하려 해요. 다 상대하다가는 제가 못 버틴다는 걸 아니까요.”

이 작가는 지금도 숨죽이고 있거나, 자신처럼 ‘피해 이후의 삶’을 살며 분투하고 있을 다른 젠더폭력 피해자들에게 격려를 보냈다. “데이트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분들은 아마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정말 많았던 분들이었을 거예요. 누구한테 선뜻 말도 못 한다는 게 큰 고통이고 슬픔이었을 텐데요. 고통은 나눌수록 줄어드는 것이기에 이제는 우리가 서로 연대하면서 잘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공감이 되고, 이 사람은 내 심정을 이해해줄 거라는 믿음만으로도 위로가 되더라고요.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고, 이제는 정말 자신을 돌보고 아끼는 데에 많은 시간을 썼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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