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청년이 사는 곳] 망원동 동갑커플이 '영끌'로 신혼집 구입한 이유
[이 청년이 사는 곳] 망원동 동갑커플이 '영끌'로 신혼집 구입한 이유
  • 전성운 기자
  • 승인 2021.03.02 07:00
  • 수정 2021-03-02 10: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거 하기엔 비싼 시세…위치∙편의성으로 채워

어중간하게 버는 사람들만 더 집 사기 어려워져

청년주택 너무 비싸…정부가 청년 상대로 월세 장사

 

청년 빈곤 시대. 집은 청년 빈곤의 정점에 있다. 인생의 출발점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젊은이들. 정부에서 많은 정책과 다양한 집이 제공되기도 했다. 그러나 집을 해결해야 하는 청년들의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주거 정책이 청년들의 삶과 만나는 지점을 찾아내길 바라며 청년들이 사는 그 곳의 진짜 이야기를 소개한다. 피, 땀, 눈물이 담긴 청년들의 주거이야기를 시작한다.   <편집자> 

서울 지하철 6호선 망원역에서 걸어서 10분, 먹자골목과 전통시장을 지나 골목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오래된 다가구 주택. 그 2층에 31살 동갑내기 커플 재휘∙진솔(가명)의 보금자리가 있다. ⓒ재휘∙진솔
서울 지하철 6호선 망원역에서 걸어서 10분, 먹자골목과 전통시장을 지나 골목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오래된 다가구 주택. 그 2층에 31살 동갑내기 커플 재휘∙진솔(가명)의 보금자리가 있다. ⓒ재휘∙진솔

 

30년된 낡은 집이지만  망원역 편리함 선택

3000만원에 월세 40만원. 반씩 부담

대출받고 '영끌' 로 구입 결정   

주택  정책 현실성 없어

낮은 출산율 원인은 '집' 문제

 

서울 지하철 6호선 망원역에서 걸어서 10분, 먹자골목과 전통시장을 지나 골목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오래된 다가구 주택. 그 2층에 31살 동갑내기 커플 재휘∙진솔(가명)의 보금자리가 있다. 작은 방 2개와 거실 겸 부엌이 있는 낡고 오래된 공간이지만 두 사람은 2년째 알콩달콩 살고 있다.

"위치 때문에 이곳을 골랐어요. 지하철역까지 걸어서 왕래도 쉽고, 전통시장이 있어 먹거리나 생활적인 부분에서 편리하게 해결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망리단길'이라는 핫플레이스도 있으니까요. 청년들은 놀기 좋고, 고령층은 살기 좋은 동네죠."

물론 아주 불만이 없지는 않다.

"30년 넘은 건물이다 보니 너무 낡아서 물이 새는 곳도 있고, 수도꼭지나 콘센트 같은 부분도 대부분 수명이 다해서 교체해야 됐어요. 그리고 방음이 전혀 안 되다 보니 옆집 아저씨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면서 아침에 일어날 수 있어요. 또 시장 인근이고, 길고양이가 많아서 동네가 청결하다고 말하긴 어렵죠."

두 사람은 이 공간에 얼마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을까?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로 40만원을 내고 있어요. 원래는 보증금이 더 낮고 월세가 더 높았지만 집주인과 조정을 했죠. 보증금은 둘이서 반반 마련했어요. 빚을 내는 대신 모아둔 현금을 몽땅 쓰고, 저축도 깼죠."

주변 환경이 좋아도 집 자체가 너무 오래되고 낡았다면 살기 불편할 텐데 싶다.

"주거만 목적으로 한다면 조금 비싸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위치와 편의성에서 그 부분이 채워진다고 생각해 이곳을 골랐죠. 둘 다 직장이 있고 사회생활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집이라는 공간의 생김새보다는 그냥 쉴 수만 있다면 괜찮았어요."

영화나 게임 등에 사용되는 컴퓨터그래픽(CG)을 제작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재휘와 악세사리 도매를 하는 회사에서 무역업무를 담당하는 진솔. 두 사람은 3년 전 음악 동호회에서 만나 2년 전 결혼을 전제로 동거를 시작했다.

"망원에 살기 전엔 진솔이가 살던 신대방에서 데이트를 하곤 했어요. 신대방은 제 아버지가 어머니께 고백을 했던 곳이기도 하고요. 진솔이가 그때 자취를 하던 집이 좋지는 않았어요. 아니 아주 나빴죠. 그래서 같이 살기로 한 것도 있어요. 그래도 일단은 둘이 잘 맞아서 사는 거죠." 재휘가 말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오랜 유학 생활을 해온 재휘, 낯선 타지인 서울에 홀로 올라와 생활하고 있는 진솔. 두 사람은 '가족'이 갖고 싶었다.

"올해 10월 정도에 결혼을 하려고 해요. 코로나19 백신 접종도 곧 시작되고, 그때쯤이면 괜찮지 않을까 해서요. 아이도 가능하면 바로 가질 생각이고요."

두 사람이 아이를 갖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내 집 마련'을 했기 때문이다. 망원 집이 계약 만기가 되면서 두 사람은 멀지 않은 효창동에 요즘 말로 '영혼까지 끌어모아' 작은 빌라 한 칸을 마련했다. 아직 이사는 하지 않았다.

"'디딤돌 대출'로 한도액까지 받았어요. 매달 이자에 원금까지 100만원 가까이 나올 것 같아요. 그나마 디딤돌 대출은 금리가 낮아서 다행이죠. 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는 대출인데 좋은 제도라고 생각해요."

서울 지하철 6호선 망원역에서 걸어서 10분, 먹자골목과 전통시장을 지나 골목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오래된 다가구 주택. 그 2층에 31살 동갑내기 커플 재휘∙진솔(가명)의 보금자리가 있다. ⓒ재휘∙진솔
서울 지하철 6호선 망원역에서 걸어서 10분, 먹자골목과 전통시장을 지나 골목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오래된 다가구 주택. 그 2층에 31살 동갑내기 커플 재휘∙진솔(가명)의 보금자리가 있다. ⓒ재휘∙진솔

망원동을 떠나기로 한 이유가 궁금했다.

"결혼을 결심하고, 아이를 갖기로 결정하면서 집이라는 곳을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지금 사는 곳이 충분하다고 하긴 어렵지만 부족하지도 않거든요. 하지만 아이가 생기면 여기에 계속 사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을 했어요. 아이를 위한 공간도 더 필요하고, 학군이나 학원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빌라는 가격이 오르지 않을 거라며 많은 사람들이 말렸어요. 하지만 우리가 가진 돈으로는 이게 최선이었어요."

최근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물었다.

"진짜 돈이 많은 사람들은 어쩌지 못하면서 우리처럼 어중간하게 벌고 어중간하게 사는 사람들만 더 집을 사기 어려워졌어요. 청년 주거니 여성 전용이니 하는데 정말 실효성이 떨어지는 정책들이라고 생각해요. 공익을 위한 게 아닌 포퓰리즘. 대상이 정해진 정책들이죠."

특히 정부의 청년 주거 정책에 두 사람은 할 말이 많았다.

"둘 다 청약통장이 있지만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몰랐어요. 정부가 홍보하는 청년주택 등도 넣어봤지만 탈락하기도 했고, 사실 그곳이 그렇게 좋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어요. 닭장처럼 작은 공간에서 살면서 삶의 질이 나빠질 것 같았어요. 그리고, 계산했을 때 결코 싸지 않았어요. 아니 오히려 너무 비쌌죠.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너무 큰 액수의 보증금, 월세에 터무니없는 관리비까지. 국가가 청년을 상대로 월세 장사를 하려는 건지, 아니면 부잣집 아들딸들만 들어와서 살라는 건지."

두 사람은 낮은 출생률의 원인은 결국 '집'이라고 말했다.

"우리도 정부 지원 임대 주택 등을 알아보러 다닐 때는 아이를 가질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햄스터도 새끼를 낳고 생존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면 잡아먹는다고 하잖아요. 세상이 편리해지고 문화 수준이 높아져도 결국 '내 집', '내 공간', '내 것'이 아니라는 심리가 스트레스를 주고 아이를 갖는 것을 포기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아이를 가진 이후에 대해서도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확천금을 꿈꾸지는 않지만 가끔 좋은 꿈 꾸면 로또를 사요. 아이가 생기면 돈이 모이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