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도 청년 여성이 ‘일’을 합니다]
1. 인터뷰 참가자 4인의 이야기

‘지방에서도 청년 여성이 ‘일’을 합니다’ 기사에는 총 4명의 청년 여성이 참여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청년 여성이 지방에서 겪는 현실을 엿볼 수 있었다.

경남 사천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현재는 세종에서 근무 중인 송해리(26) 씨. ⓒ본인 제공
경남 사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현재는 세종에서 근무 중인 송해리(26) 씨. ⓒ본인 제공

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경남에서 보낸
경남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던 송해리 씨

송해리(26) 씨는 현재 세종에서 거주하고 일하고 있지만, 유년 시절을 모두 경남에서 보냈다. 많은 이들이 대학교 진학을 위해 서울로 떠나지만 대학교도 경남에서 다녔고, 대학원도 경남지역 대학원을 선택했다. 그만큼 경남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가득한 청년이었다.

그는 학부와 석사 시절 청년 여성의 지방에서의 삶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특히 대학에 입학 후 정당 활동을 하면서 ‘지방청년으로 어떤 말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여성 청년의 이야기는 의제화되지 않는 상황을 목격하면서 관심은 더욱 커졌다. 이는 석사 시절 ‘앞으로도 경상남도에 계속 살고 싶나요?: 경남 여성 청년의 삶에 관한 자문화기술지’라는 소논문을 쓰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가 경남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역시 일자리때문이었다. 경남에서 취업하고 싶었지만, 그에게 맞는 일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종에서의 일자리를 선택하면서도 그는 지방에 대한 관심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송해리 씨는 “서울에 가면 지방 청년에 대한 문제의식이 흐려질까 걱정됐다”며 “경남을 연구하기 위해서 세종에 있는 것이 나쁘지 않겠다”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누구보다도 지방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청년이었다. 그는 최근 대두됐던 ‘부울경 메가시티 담론’에 대해 언급하며 “이는 경남을 낙후된 공간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방에서 여성의 일자리는 내가 나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이 부족하다”며 “여성을 다양한 주체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현재는 자영업 중인 고요(28) 씨. ⓒ본인 제공
부산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현재는 자영업 중인 고요(28) 씨. ⓒ본인 제공

청년 여성의 현실에
눈시울을 붉혔던 청년 고요 씨

고요(28) 씨는 초, 중, 고, 대학교까지 모두 부산에서 졸업하고 현재도 부산에서 거주하고 있다. 그는 대학 때부터 여성운동을 활발하게 해왔고, 취업에서도 여성운동의 길로 나아가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는 서울에는 기회가 많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 서울로 취업을 고민했지만, 여성이 살아가기에 힘든 부산에서 여성운동 활동가로 사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생각에 부산에 남았다.

활동가라는 이유로 급여 수준이 매우 낮은 제안을 받기도 했다. 고요 씨에게 선배 활동가는 ‘활동은 노동이 아니다. 헌신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고요 씨가 일했던 경력이 인정되지 않기도 했다. ‘인정받는’ 여성 단체에서 일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석박사 이상의 학위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었다.

고요 씨는 부산에 위치한 한 여성단체에 들어갔다. 그러나 여기서도 ‘지방’이라는 이유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방자치단체의 성인지감수성이 낮은 탓에, 예산을 삭감하는 등의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성희롱에 노출되는 직업임에도 적절한 보호조치가 없고, 고압적인 분위기를 겪기도 했다.

단체에서 나와 현재는 자영업을 하고 있는 고요 씨. 그는 자신 주변의 청년 여성들을 보며 느꼈던 점에 대해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청년 여성들의 삶은 너무나 열악하고 힘들다”며 “더 많은 관심과 얘기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을 정말 좋아하는, 부산 토박이 청년 A씨

A씨는 초, 중, 고, 대학교까지 부산에서 나온 부산 토박이 청년이다. 서울에서 취업하면 성공했다는 인식이 있다 보니 서울에서 취업을 하려고 했지만, 서울에서 지낼 생활비 등 경제적인 부분이 걸려 부산에서 경험을 쌓고 상경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가 현재 다니는 직종은 성인지감수성이나 인권감수성이 낮은 편은 아니라고 말했다. 고용차별을 줄이려 하고, 발언에도 주의를 두려고 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누군가 내뱉는 혐오발언에는 굳이 항의하지 않는 분위기이며, 연애와 결혼을 당연시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산은 보수적인 문화가 큰 단점이라고 안타까워하며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오지랖이 넓다며 “지나가는 사람한테도 참견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이 정말 좋다며 서울은 사람이 너무 많고 여유가 없는 반면, 부산은 여유로움이 느껴진다고 표현했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모두 경험한 청년 B씨

익명을 요구한 B씨는 전라도와 경상도를 모두 경험했다. 초중고는 여수에서 나왔지만 대학은 대구에서 나왔고, 현재는 포항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을 고민할 즈음, 서울로 대학 진학을 꿈꿨다는 B씨. 하지만 서울에 가기 위해서는 높은 성적 등 요구하는 것들이 많아 과감히 포기했다. 몇 년이 지나 취업도 지방에서 하는 것을 선택했는데, 이는 경제적 요인이 발목을 잡았다. 받을 것이라 예상되는 초봉으로는 서울에서는 못 살 것 같았다고 한다.

그렇게 지방에 남은 그는 현재 여성의 비율이 높은 직업을 하고 있다. 성인지 감수성이 평균에서 어느 정도는 높은 편이다. 여성의 결혼이나 육아에 대한 인식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임금 수준은 좋지 않다. 급여 수준이 100만 원 중반에서부터 시작하는데, 직업의 특성상 근무하는 시간이 짧아서인 이유도 있다. 하지만 일의 강도가 센 편인데도 급여 수준이 이처럼 낮은 것은 불합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자신이 국민취업지원제도를 통해 수업을 수강했던 경험을 통해 교육의 종류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배울 수 있는 카테고리가 컴퓨터 자격증, 제빵, 바리스타 등으로 너무 좁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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