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도 ‘언택트’...인강 듣고 채팅으로 토론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도 ‘언택트’...인강 듣고 채팅으로 토론
  • 이세아·김규희 기자
  • 승인 2021.02.07 11:15
  • 수정 2021-02-08 2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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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속 비대면 문화 자리잡으며
한날한시 집합교육 대신 온라인 교육 ↑
실시간 생중계·녹화본 수강 등 늘어
대면 위주 전문강사들도 빠르게 체질 변화
실태 점검은 어려워...사업주·직장인 자세 중요
코로나19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도 바꿨다. 한날한시 회사에 모여 듣던 집합 교육은 옛말이다. 줌, 마이크로소프트 팀스, 시스코 웹엑스 등 실시간 원격 교육 플랫폼을 활용한 온라인 교육이 늘었다. ⓒAdobe Stock
코로나19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도 바꿨다. 한날한시 회사에 모여 듣던 집합 교육은 옛말이다. 줌, 마이크로소프트 팀스, 시스코 웹엑스 등 실시간 원격 교육 플랫폼을 활용한 온라인 교육이 늘었다. ⓒAdobe Stock

“친한 여자 후배의 메신저 프로필에 ‘곧 결혼한다’는 문구와 커플 사진이 떴어요. 축하한다는 쪽지를 보내면서 출산 계획을 물어봤는데 혹시 성희롱으로 볼 수도 있나요?”

지난달 서울시 강남구 A홍보대행사가 온라인으로 연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현장. 질의응답 시간에 한 직원이 익명 채팅방에 질문을 올렸다. 답변이 줄줄이 달렸다.

- “음ㅎㅎ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개인 성생활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 “친하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질문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 “사바사(사람마다 다르다는 뜻)ㅋㅋ 근데 사생활 터치 적을수록 좋은 것 같아요!”
- “여기서 친하고 말고는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개인이 어떻게 느꼈는지가 중요하죠.”

채팅방에선 한동안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열띤 토론이 오갔다. 진행을 맡은 강사는 토론의 초점이 빗나가지 않도록 중간중간 개입했고, 실제 사례를 설명하며 이해를 도왔다. 몇몇 직원들은 이후 강사에게 따로 이메일을 보내 질문하기도 했다. A사 직원 한수정(35) 씨는 “비대면 방식이라 집중이 안 될 줄 알았는데, 활발한 질의응답을 통해 더 많은 걸 배운 느낌”이라고 했다.

코로나19는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도 바꿨다. 한날한시 회사에서 듣던 집합 교육은 옛말이다. 온라인 교육을 하는 회사가 늘었다. 요즘 직장인들은 줌(Zoom), 마이크로소프트 팀스(MS Teams), 시스코 웹엑스(Cisco Webex) 등 실시간 원격 교육 플랫폼에 모여 강의를 듣는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을 접목한 회사도 많다. 네이버는 지난달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대면 개최했다. 재택근무 등 이유로 미참석자는 녹화 강의를 수강하고 온라인 시험을 치렀다. 2020년 9월 IT 스타트업 C사는 외부 강사를 초빙하고 강의를 온라인 생중계했다. 직원 44명은 집, 다른 사무실 등에서 화상회의 앱 ‘구글 행아웃’을 통해 교육에 참여했다.

학교, 공공기관, 국가기관, 공직유관 단체 등도 비대면 교육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원래는 대면 교육을 해야만 의무이행 실적으로 인정하지만,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비대면 교육만 해도 실적으로 인정한다. 김대선 여성가족부 권익기반과 주무관은 “비대면 교육이 정착된다면 교육 참여율은 더 높아질 것”이라며 “여가부는 지난해부터 비대면 시대에 맞는 사이버 젠더폭력예방교육 콘텐츠 개발에 중점을 두고 추가 제작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2020년 9월 IT 스타트업 C사는 외부 강사를 초빙해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등 법정의무교육을 온라인 생중계했다. 같은 해 11월 경기도 김포시 B아울렛 패션의류업체는 직원들이 온라인 강의를 시청하도록 했다. ⓒ여성신문
(왼쪽부터) 2020년 9월 IT 스타트업 C사는 외부 강사를 초빙해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등 법정의무교육을 온라인 생중계했다. 같은 해 11월 경기도 김포시 B아울렛 패션의류업체는 직원들이 온라인 강의를 시청하도록 했다. ⓒ여성신문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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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집합교육 대신 온라인 생중계·녹화본 수강 등 ↑
편리하고 토론 유도 효과도...동기부여와 소통이 관건

현장 반응도 나쁘지 않다. 여성신문이 만난 직장인들과 강사들은 장소나 환경에 구애받지 않는 편리함, 실시간 강의의 경우 질문과 토론이 활발해 교육 효과가 높은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물론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은 의무교육이다. 애초에 직장인들이 교육에 집중할 동기를 부여하기 어렵다. 자칫 형식적이고 지루한 교육에 그치기 쉽다.

서울시 강서구 L대학병원은 지난해 12월 모 교육업체와 제휴해 직원들이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등 11종 강의를 온라인 시청하도록 했다. 직원 박모(24)씨는 “머리에 남는 게 없다. 온라인 강의라 중간에 내용을 넘길 수 있고, 퀴즈를 풀어야 하지만 검색하면 답이 다 나온다. 대면 강의가 훨씬 효과적”이라고 했다.

경기도 김포시 B아울렛 패션의류업체에서 근무하는 오모(24) 씨도 온라인 강의를 시청하는 방식으로 폭력예방교육을 이수했다. “음소거 버튼을 누르고 다른 일을 하면서 대충 듣게 되더라. 시간낭비였다. 시간이 짧아도 흥미롭고 유익한 온라인 강의를 원한다”고 했다.

대면 위주 전문강사들도 빠르게 체질 변화
실태 점검은 어려워...사업주·직장인 자세 중요

강사들도 고민이 많다. 대면 강의에 익숙했던 폭력예방 전문강사들은 지난해 활동이 30~40%가량 줄었다. 익명을 요구한 김모 강사는 “전문 강사 입지가 좁아졌다. 강사를 부르는 대신 컨설팅 회사에서 만든 강의 콘텐츠로 대체하는 곳이 늘었다. 적금을 깨서 생활하는 분들도 많다”고 했다. 신그리나 젠더교육연구소 이제(IGE) 연구원은 “적응하고 있지만, 지난해에는 강의를 거의 못 했다. 온라인 강의 경험이 적어서 두렵기도 했다”고 말했다.

교육 효과도 고민이다. “온라인 강의를 하면서도 이분들이 잘 듣고 있을까? 내 이야기에 동의하나? 그런 염려와 스트레스가 있어요.” (유정흔 젠더십향상교육원장)

“100% 비대면 교육은 효과가 낮을까 봐 직원 1/3은 강의장에서 직접 강의를 듣고, 1/3은 재택근무하면서, 1/3은 사무실에서 온라인으로 참여하게 한 기관도 있었어요. 교수법이나 강의 환경도 중요하지만, 수강생들의 관심과 의지도 교육 효과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신 연구원)

“대면 교육도 그렇지만 수강생들의 태도가 중요해요. 얼굴 보지 않고 채팅으로만 피드백을 주고받다 보면 ‘왜 남자만 갖고 그러냐? 한쪽 이야기만 하나?’며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사람도 있어요. 누운 채로 화면을 켜 놓고 듣는 사람도 있고요. 교육에 집중하기 어려워지죠.” (김 강사)

코로나19로 조금 앞당겨졌을 뿐, 원격 교육의 보편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았다. “100% 대면 교육 시대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 같아요. 어렵게 일정을 맞춰서 한날한시에 교육받는 것보다 더 압축적, 효과적으로 할 방법이 있다는 걸 깨달았으니까요.”(황금명륜 대표)

피할 수 없다면 체질을 바꿔야 한다. 공공기관장 대상 성인지교육 등 다양한 성평등 교육을 해온 여성학자 권수현 박사는 “강사들 스스로 역량강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 예측대로 코로나19 이외의 감염병 사태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인간 활동의 많은 부분이 비대면 영역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죠. (...) 기술적인 부분은 몇 번 시행착오를 거치면 능숙해집니다. 관건은 동기부여, 강사와 수강생들의 상호작용이죠. 변화에 맞는 적절한 보수교육도 필요하고요.”

 

이어보기▶ 언택트 시대, 폭력예방교육 강의 잘 하고 싶다면 www.womennews.co.kr/news/207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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